상암벌을 가득 채운 6만여 관중의 함성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적진의 한복판,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대~한민국!"을 외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5일(한국시간) 자정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0차전 우즈베키스탄과 원정 경기를 앞두고 있다.
이 경기는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일전이 될 예정이다. A조 2위에 올라있는 한국(승점14)은 이 경기에서 승리해야만 자력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복병 시리아가 카타르를 잡고 우즈베키스탄과 같은 승점 12점을 기록, 골득실에서 앞선 3위로 도약하며 추격 중인 상황이기에 마지막 한 경기에서 모든 것이 판가름나게 됐다.
우즈베키스탄전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덩달아 바빠진 곳이 있다. 바로 우즈베키스탄 한인회다. 우즈베키스탄 한인회는 이번 경기를 앞두고 현지 교민들을 대상으로 단체 응원 모집에 나섰다. 2012년 9월 11일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 원정 이후 약 5년 만에 다시 타슈켄트에서 열리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경기인 만큼, 최소 300여 명 이상의 응원단이 모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막상 모집이 시작되자 각지에서 응원 신청이 쏟아졌다. 우즈베키스탄 한인일보의 장형배 편집국장은 "31일 이란전 경기 전까지 470명 정도 신청했다. 당초 붉은 악마나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를 제외한 순수 교민만 300여 명 정도 모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인원이 초과된 상태"라고 전했다.
500여 명의 교민 응원단은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현재 우즈베키스탄에 거주 중인 한국 교민이 약 3000명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6분의 1에 달하는 대인원인 셈이다. 장 편집국장은 응원단 신청 열기에 대해 "우즈베키스탄전이 중요해진 만큼 한국 교민들의 응원전도 더욱 중요해졌다. 여기서 열리는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을 응원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널리 퍼져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현지 교민들의 응원 신청이 폭주해 한인회와 주 우즈베키스탄 한국 대사관은 비상이 걸렸다. 경기 당일 나눠줄 응원복을 추가로 요청하고 당초 우즈베키스탄 축구협회에서 배정받은 구역 외의 추가 좌석을 확보하기 위해 계속 요청 중이기 때문이다.
또한 응원전과 동시에 현지 교민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에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12년 원정 당시 흥분한 우즈베키스탄 팬들이 교민들의 응원석 쪽으로 캔 등의 이물질을 던져 자칫 안전 사고로 이어질 뻔한 상황이 있었기 때문이다. 장형배 편집국장은 "현재 이동차량은 관광버스로 10대를 예약해 놓은 상태이며, 교민들의 안전을 위해 한인회에 모여서 경기장으로 출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주우즈베키스탄 한국 대사관 역시 교민들의 안전을 위해 우즈베키스탄 정부에 버스의 호송을 요청했다. 또한 경기장에서도 한국 응원단이 있는 구역은 우즈베키스탄 경찰들이 배치돼 유사시를 대비하게 되어있다. 장 편집국장은 "교민들의 안전을 위하여 우즈베키스탄 한인회에서 입장권과 이동차량 비용 일체를 부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최종예선 10차전은 현지에서도 열기가 높아 매진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 중이다. 상점에서 만난 한 우즈베키스탄 축구팬은 먼저 다가와 "한국인이냐"고 묻고는 "한국과 하는 축구를 보러갈 것이다. 가족과 친구들도 모두 함께 가기로 했다. 한국 선수들은 우리의 함성에 놀라게 될 것"이라며 현지의 축구 열기를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