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한국시간) FC 포르투(포르투갈)를 떠나 트루아 AC(프랑스)로 임대 이적한 축구대표팀 출신 공격수 석현준(26)이 대표적이다. 리그앙(1부리그) 트루아는 같은 달 30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석현준을 한 시즌 임대하기로 포르투와 합의했다. 계약에 완전 이적 옵션이 포함됐다"고 발표했다. 지난 시즌 2부리그에서 3위를 차지한 트루아는 플레이오프를 거쳐 2017~2018시즌부터 1부리그에 승격한 팀이다.
석현준은 이로써 불과 26세의 나이로 벌써 10번째 소속팀을 경험하게 됐다. 석현준은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실력을 키워 온 선수로 유명하다. 석현준은 18세던 2009년 무작정 유럽으로 건너가 숱한 테스트 끝에 아약스 암스테르담(네덜란드)에 입단했다.
하지만 유럽의 벽은 높았다. 주전 자리를 잡지 못하던 그는 2011년 방출됐다. 이때부터 팀은 계속 바뀌었다. 석현준은 흐로닝언(네덜란드)을 비롯해 마리티무(포르투갈), 알 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 나시오날(포르투갈), 비토리아(포르투갈), 포르투, 트라브존스포르(터키), 데브레첸(헝가리)을 거쳐 현재 트루아로 이적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나시오날과 비토리아 시절을 제외하면 대부분 소속팀 내에서 입지를 다지지 못하다 경쟁에 밀려 떠돌아다니게 된 것이다.
반대로 주전 자리가 보장된 가운데서도 몸값을 올려 가며 팀을 옮기는 '성공한 저니맨'도 있다.
현재 신태용(47) 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고 태극마크를 단 공격수 이근호(33·강원 FC)가 그 주인공이다. 2004년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근호 역시 현 소속팀 강원이 10번째 소속팀이다.
그러나 이근호가 수많은 팀을 거치면서 선발로 뛰지 못해 팀을 바꾼 것은 2014~2015시즌 엘 자시이시(카타르) 시절 정도다. 2007년부터 2년간 19골을 넣었던 대구 FC 시절에는 '태양의 아들'이라고 불릴 만큼 홈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일본에 진출한 뒤에 얻은 별명은 '열도 메시'였다. J리그 주빌로 이와타(2009~2010년)와 감바 오사카(2010~2011년)에서 각각 13골과 19골을 넣으며 맹활약하자 국내팬들이 붙여 줬다.
2012년 울산 현대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이근호는 그해 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며 대회 최우수 선수상과 AFC 올해의 선수상을 쓸어 담았다. 이후 군 복무를 위해 몸담은 상주 상무에서도 여전히 에이스로 활약하며 정규 리그 우승(2013년·2부리그)을 이끌었다. 이때 그는 '14만원의 사나이(당시 병장 월급 14만9000원)'로 불렸다.
2016년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공격포인트 11개(5골 6도움)를 올리며 5년 만의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지휘한 그는 특급 대우를 받고 K리그 클래식 승격팀 강원에서 제2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이번 시즌 27경기 공격포인트 9개(5골 4도움)로 팀 내 최고 스타이자 간판 공격수 역할을 수행 중이다.
이런 이근호는 '저니맨'이라는 말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는 "여러 차례 팀을 옮길 수 있는 것도 능력이다. 여러 팀에서 나를 원한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유럽 빅리그에서 '성공한 저니맨'은 총 8차례 팀을 바꾼 스트라이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6·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다. 1999년 고향팀 말뫼 FF(스웨덴)에서 프로에 입문한 그는 각 리그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에만 몸담았고, 해당 팀에서 뛰는 동안 예외 없이 우승 트로피를 안긴 것으로 유명하다. 몸값이 천문학적 금액까지 치솟는 가운데서도 각 리그 명문팀의 꾸준한 러브콜을 받은 이유다.
말뫼(1999~2001년)를 시작으로 아약스 암스테르담(2001~2005년·네덜란드)과 유벤투스(2004~2006년), 인터 밀란(2006~2009년·이상 이탈리아), 바르셀로나(2009~2011년·스페인), AC 밀란(2010~2012년·이탈리아), 파리 생제르맹(2012~2016년·프랑스) 등에서 활약하며 무려 우승컵 27개(리그·컵대회 포함)를 들어 올렸다. 지난 시즌 입단한 맨유에서 3차례 컵대회 정상을 이끌었다. 46경기에 출전해 무려 28골 10도움을 올리는 노익장을 발휘한 것이다.
계약이 끝나 2017~2018시즌을 앞두고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명문 LA 갤럭시 등 다수 구단으로부터 입단 제의를 받은 이브라히모비치는 지난달 24일 맨유와 1년 계약을 연장했다. 등번호는 에이스의 상징인 '10'을 받았다. 그가 소속팀 맨유와 의리를 지키자 홈팬들은 "환영한다"며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은 3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에도 뛰어난 활약을 보이는 이브라히모비치를 두고 "저니맨이자 고액 연봉자다. 하지만 동시에 세계적인 슈퍼스타이기도 하다"고 박수갈채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