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상한 표현이지만 '운명의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모두 이 한 경기 결과에 따라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 여부가 걸려있는 만큼 두 팀의 분위기는 한껏 벼려진 칼날처럼 날카롭다. 화기애애하게 웃으며 훈련에 나선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의 얼굴에도, 호텔에서 짧은 휴식을 취하는 우즈베키스탄 대표팀 선수들의 얼굴에도 숨길 수 없는 긴장감이 드러난다.
긴장감이 흐르는 건 필드 안에서만이 아니다. 그라운드에서 한발짝 물러난 장외에서도 보이지 않는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양국 축구협회, 그리고 미디어 간에도 조용한 견제가 이어지고 있다.
시작은 우즈베키스탄 축구협회의 '훈련 비공개 요청'이었다. 최종예선 현장에서 양국 미디어는 통상적으로 서로의 훈련장을 방문해 취재를 하곤 한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우즈베키스탄 축구협회 측에서 먼저 자국 대표팀의 훈련 비공개를 요청해왔다. 대표팀 관계자는 3일(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대표팀이 자국 축구협회를 통해 훈련 비공개를 요청해 시간과 장소 공지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원정에서 흔히 겪는 '텃세'는 아니다. 대표팀 관계자는 "적대적인 느낌은 아니다. 민감한 부분인 만큼 우즈베키스탄 대표팀 감독이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리아에 밀려 조 4위로 떨어진 상황인 만큼, 보다 다급한 우즈베키스탄 쪽에서 훈련 비공개를 통해 승리를 위해 철저히 정보를 차단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물론 한국도 호락호락 정보를 넘겨주고만 있지는 않았다. 대한축구협회 측도 우즈베키스탄 축구협회에 '한국 대표팀 훈련 비공개'로 맞불을 놨다. 결과적으로 양국 모두 서로에게 훈련을 비공개하면서 정보전을 차단한 셈이 됐다.
실제로 이날 경기장을 방문해 한국 축구대표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던 우즈베키스탄 국영 스포츠 방송 TVR의 취재기자들은 소득 없이 돌아가야했다. 한국 취재진의 통역을 맡은 우즈베키스탄인 발리종 씨는 "통상적으로 훈련을 공개하기 마련인데 왜 취재할 수 없는지 의아해하더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우즈베키스탄 미디어 측에는 자국 협회의 요청 사항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