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어가려 했지만 묻어가지 못했다. 주목받는 대세도, 명불허전 이름값도 완성도 앞에서는 무릎을 꿇어야 했다.
임창정 공형진 정상훈이 뭉친 영화 '로마의 휴일(이덕희 감독)'이 이렇다 할 주목한번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채 극장가에서 조용히 사라질 전망이다. B급 스토리로 A급 흥행을 일궈내는 작품도 많지만 '로마의 휴일'은 B급 흥행조차 점점 멀어지고 있어 아쉬움을 자아낸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30일 개봉한 '로마의 휴일'은 4일까지 누적관객수 11만9525명을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줄어들긴 했지만 같은 날 한꺼번에 개봉한 다른 작품들에 비해 현저히 적은 수치라 한국 영화의 자존심이 제대로 깎였다.
'로마의 휴일'은 우정을 자랑하는 엉뚱 삼총사가 현금 수송 차량을 털다가 경찰에 쫒겨 '로마의 휴일' 나이트클럽에 숨게 되면서 인질극을 벌이는 코미디다. 물론 개봉 전부터 '로마의 휴일'의 흥행을 기대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상 예고된 실패다.
시사회 직후 배우들의 열연과 노고는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작품의 완성도에 대해서는 '평가를 하는 것이 의미가 있냐'는 반응이 지배적이었고, 2017년 개봉 영화가 맞는지에 대한 의구심까지 들 정도로 '로마의 휴일'은 목적도 의미도 메시지도, 그 어떤 것도 영화에 담아내지 못했다.
'청년경찰' '킬러의 보디가드' 등 코믹 장르 영화들이 흥하고 있는 분위기와 비교해 보면 '로마의 휴일'의 참패는 더욱 안타깝다. 코믹에 일가견이 있는 임창정과 공형진, 그리고 최근 대세로 급부상한 정상훈이 의기투합했지만 심폐소생에는 실패했다. 결국 흥행은 기본적인 영화의 힘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로마의 휴일'은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있다. 최근 스크린 성적이 좋지 않은 임창정, 6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공형진, 그리고 스크린 첫 주연으로 나서게 된 정상훈에게 '로마의 휴일'은 꽤 중요한 작품이었다. 임창정·공형진은 인터뷰를 통해 영화에 대한 아쉬음을 직접적으로 토로하기도 했지만 그와 별개로 영화에 대한 애정은 분명 남달랐다. 그래서 한숨만 나오는 성적이다.
흥행에 실패해도 실패 원인 등이 분석돼 논란과 이슈의 중심에 서는 작품들이 있다. '리얼'이 그랬고 '군함도' '브이아이피' 역시 이 같은 수순을 밟았다. 하지만 '로마의 휴일'은 대작들에 비하면 저예산 영화로 분류되는데다가 언급할 가치가 없다는 듯 화제성이 제로에 수렴해 씁쓸함을 남긴다.
배우들의 죄가 없다. 있다면 의리가 넘친다는 것 정도다. 과정과 이유가 어째됐든 뼈아픈 필모그래피를 추가하게 된 임창정 공형진 정상훈이 차기작으로 또 한 번 코미디 작품을 택하게 되더라도 평단의 호평을 받을 수 있는, 본인들의 내공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이름값을 증명할 수 있는 작품으로 컴백할 수 있길 진심으로 응원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