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거의 '베테랑 3인방'이 월드컵 본선 무대까지 바라보게 됐다. 이동국(38·전북 현대)과 염기훈(34·수원 삼성) 그리고 이근호(32·강원 FC)가 바로 그들이다.
신태용(47)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6일(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우즈벡) 타슈켄트 분요드코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벡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10차전 원정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최종전에서 승점 1을 보탠 한국은 조 2위(승점 15)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했다.
한국은 이날 좀처럼 공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그러다 후반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몰아치기 시작했는데 그 중심에는 에이스 손흥민(25·토트넘 홋스퍼)도 특급 유망주 황희찬(21·잘츠부르크)도 아닌 교체 선수인 노장 염기훈이 있었다. 후반 19분 그라운드를 밟은 그는 왼쪽에서 주 특기인 날카로운 스루패스와 크로스를 정확하게 연결하며 한국의 막힌 공격을 뚫었다. 한국은 염기훈이 뛰면서 주도권을 잡고 막판까지 우즈벡을 몰아세웠다.
'최고참' 이동국의 등장은 물꼬가 트인 공격에 날개를 달았다. 후반 33분 교체 투입된 이동국은 10분 남짓을 뛰면서도 유효슈팅 1개를 포함해 슈팅을 3개나 시도했다. 그는 후반 40분 김민우(27·수원)가 정확히 올려 준 크로스를 날카로운 헤딩으로 연결했고, 4분 뒤에는 황희찬의 결정적인 패스를 받아 위협적인 오른발 슈팅을 선보였다. 물론 모두 상대 골키퍼에게 막혔지만 이날 한국의 공격 시도 중 가장 득점에 가까운 장면이었다. A매치 104경기에 출전해 33골을 넣은 레전드 골잡이다운 움직임이었다.
또 선발 출전한 이근호는 경기 초반부터 빠른 발을 이용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후반 33분 이동국과 교체돼 나가기 전까지 우측면에서 공에 대한 강한 집착과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후배들을 이끌었다.
이동국-염기훈-이근호는 2~3년 만에 태극마크를 다시 단 노장이다. 나이가 많아 전성기가 지났고, 대체 선수가 많다는 이유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번 '신태용 1기'에 발탁됐을 때도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거나 월드컵 본선용이 아닌 '아시아 최종예선용 카드'일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실제로 이근호와 염기훈은 지난달 이란과 9차전(0-0 무)에서 출전하지 못했고, 이동국은 경기 종료 직전 출전해 별다른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중요한 경기인 우즈벡전에서 이들은 예상을 깨고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기회에도 침착한 모습으로 후배들이 해내지 못한 역할을 감당했다. 기존 선수들과 동일 선상에 선 베테랑 3인방은 러시아월드컵 본선 무대를 욕심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이들의 도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이제 신 감독의 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