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8월 13일(한국시간) 캐나다 에드먼턴. 한국과 미국이 맞붙은 제19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
한국이 연장 13회 접전 끝에 우승을 확정하는 순간, 마무리 투수로 등판했던 부산고 추신수가 승리의 함성을 내질렀다. 그러자 1루에 있던 천안북일고 김태균, 2루를 지키던 부산고 정근우, 3루에 버티고 있던 경남고 이대호도 힘차게 마운드로 달려왔다. 한국 프로야구의 태동과 함께 태어난 1982년생 '출범둥이'들이 세계 야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순간이었다.
1982년에 태어난 동기생들은 프로에 온 뒤에도 함께 역사를 썼다. 텍사스 추신수, 세인트루이스 오승환, 시애틀 이대호(현 롯데)까지 메이저리거만 세 명을 배출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뛴 선수도 세 명이다. 한신 마무리 투수였던 오승환, 오릭스와 소프트뱅크를 거친 이대호, 지바 롯데에서 일본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김태균(현 한화)이다. 정근우 역시 국내 리그를 대표하는 내야수로 맹활약했다. SK에서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은 뒤 한화와 4년 70억원에 계약했다. 올 시즌이 끝나면 두 번째 FA가 된다.
무엇보다 이들은 한국 야구가 국제 대회에서 맹활약한 2000년대 후반 성인 국가대표팀에서도 따로 또 같이 모여 영광의 발자취를 남겼다. 청소년 대회부터 성인 대회까지,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의 가장 화려한 순간을 함께했다. 실력과 이름값은 물론이고 금전적으로도 가장 풍족했던, 진정한 '황금 세대'였다.
17년이 지난 제28회 대회에서도 한국 야구 역사에 새 장을 열 '슈퍼 베이비'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올해 고교 졸업 예정자들이 주축을 이룬 한국 청소년 대표팀이 10일(한국시간) 캐나다 선더베이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슈퍼라운드 일본과 3차전에서 6-4로 이겼다. 슈퍼라운드 성적이 4승1패로 결승에 진출해 11일 세계 최강국 미국과 마지막 무대에서 만난다. 미국은 예선에서 한국에 1패를 안긴 유일한 국가다.
역대 청소년 대표팀 가운데서도 최상의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은 선수들이다. 투타를 겸업하면서 '한국의 오타니 쇼헤이'로 불리는 서울고 강백호를 비롯해 이미 프로에 1차 지명을 받은 배명고 곽빈과 선린인터넷고 김영준, 2차 지명을 기다리고 있는 덕수고 양창섭, 경북고 배지환, 성남고 하준영, 장충고 최준우 등이 고르게 활약했다.
한국은 2000년을 포함해 역대 다섯 차례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허경민 정수빈 박건우(이상 두산), 오지환(LG), 안치홍(KIA) 등이 활약한 2008년 대회가 마지막 우승이었다. 내년 시즌 프로 입단을 앞둔 '베이징 키즈'들이 그 후 10년 만에 최고의 성과를 보여 주고 있다. 한국 야구의 새로운 르네상스가 임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