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차우찬(30)이 LG와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한 직후 양상문 감독이 전한 기대감이다.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 번째는 매년 향상되는 제구력이다. 양 감독은 차우찬의 신인 시절을 기억한다. "당시엔 다듬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프로 무대에서 11시즌을 뛰며 자신의 투구 밸런스를 정립했다고 봤다. 두 번째 이유는 이전 2년(2015~2016년) 동안 선발투수로만 등판했다는 점이다. 이전까지는 불펜 투수도 병행했지만, 3년 연속 선발을 맡으면서 점차 나아지는 경기 운영 능력을 보여 줄 수 있다고 믿었다.
차우찬은 사령탑의 기대 섞인 전망대로 실력을 보여 주고 있다. 전적은 평범하다. 24경기에서 8승7패를 기록했다. 지난주까지 다승 공동 18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세부 지표는 다르다. 전반적으로 예년보다 좋은 기록이 예상된다.
현재 평균자책점은 3.48이다. 리그 5위에 올라 있다. 평균자책점이 급격하게 치솟을 만큼 대량 실점한 경기가 없었다.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자책점은 5점이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실점 이하)도 14회를 기록했다. 최근 2경기도 호투했다. 이 페이스가 이어진다면 풀타임 선발로 치른 시즌 가운데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할 전망이다. 종전에 가장 좋은 평균자책점은 2011년에 기록한 3.69다.
이닝 부문 커리어 하이도 가능하다. 10일 두산전 등판까지 157⅔이닝을 소화했다. 종전 최다는 2015년 173이닝이다. LG는 올 시즌 17경기를 남겨 두고 있다. 잔여 경기 일정이 많아 최종전까지 정상적인 선발 로테이션을 가동해야 한다. 차우찬도 최소 3번은 더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경기 평균 이닝(6이닝)만큼만 소화하면 175이닝을 넘길 수 있다. 차우찬은 이전부터 "선발투수는 최소 한 시즌 170이닝은 던져야 한다.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자신의 말을 지켜 낼 수 있다.
피안타율과 이닝당출루허용률(WHIP)도 지난해보다 좋다. 삼성 소속이던 2016년엔 피안타율 0.290, WHIP 1.53을 기록했다. 올 시즌은 각각 0.252와 1.19다. 볼넷도 줄었다. 232개에 불과하다.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중 5번째로 적다. 지난해는 경기당 3.84개였다. 올 시즌은 1.83개로 절반 넘게 줄였다.
무엇보다도 부상 없이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다. 내구성은 LG가 차우찬의 영입을 고려할 때 가장 높은 점수를 준 능력이다. 구단도 차우찬의 현재보다 미래 가치에 더 큰 기대를 건다. 송구홍 LG 단장은 "2~3년 뒤 우승을 노리기 위해 차우찬을 영입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