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털 팰리스는 11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프랑크 데 부어(47) 감독과 결별했다. 재임 기간 그가 보여 준 헌신과 노력에 감사한다"며 데 부어 감독의 경질 소식을 알렸다. 크리스털 팰리스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개막 이후 무득점 4연패에 빠지자 데 부어 감독에게 성적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이청용은 크리스털 팰리스 이적 이후 약 2년 반의 시간 동안 앨런 파듀(56) 감독, 그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았던 샘 앨러다이스(63) 감독, 그리고 데 부어 감독까지 총 3명의 감독을 떠나보내게 됐다.
특히 이번 데 부어 감독의 경우 이청용의 뼈아픈 백패스 실수로 패한 번리전(0-1 패) 이후 경질돼 그의 마음이 한결 무거울 수밖에 없다. 하필이면 EPL 데뷔 이후 100번째 경기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한 데다 그 패배가 감독 경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셈이니 이청용의 속이 편할리가 없다.
데 부어 감독의 경질은 이청용이 또 한 번 '희망 고문'을 겪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파듀 감독이 경질되고 앨러다이스 감독이 부임했을 때, 또 데 부어 감독으로 사령탑이 바뀌었을 때마다 이청용은 번번이 주전 경쟁에 대한 희망을 키웠다. 그를 중용하지 않는 감독들이 팀을 떠날 때마다 새 감독 체제에서는 '혹시나' 하는 기대가 자라났다.
그러나 희망은 매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로 돌아왔고, 이청용은 좀처럼 벤치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주전 경쟁을 위해 리저브(21세 이하)팀에서 뛰어 보기도 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이처럼 그동안 기회를 얻지 못했던 이청용에게 있어, 어찌됐든 사령탑이 바뀌는 상황 자체는 희망을 걸어볼 만하다.
문제는 크리스털 팰리스의 차기 감독 후보로 유력하게 떠오른 인물이 로이 호지슨(70) 전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이란 점이다. 호지슨 감독은 전술뿐 아니라 선수 기용면에서도 대단히 보수적인 유형의 지도자로 손꼽힌다. 전형적인 잉글랜드 스타일의 축구를 구사하는 호지슨 감독이 전 감독들에게 외면받았던 이청용을 파격적으로 기용할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
더구나 호지슨 감독은 풀럼을 지휘하던 시절 설기현(38)을 철저히 전력 외로 배제했던 적도 있다. 호지슨 감독 부임설이 이청용에겐 썩 달가울 수 없는 상황이다.
새로운 감독이 부임한 뒤에도 주전 경쟁에서 밀려난다면 이청용의 미래는 더욱 어두워진다. 이미 여름 이적시장이 닫혔기 때문에 내년 1월까지는 뛸 수 있는 팀을 찾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 경우 소속팀은 물론 대표팀 입지에도 문제가 생긴다.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까지 남은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고민만 깊어가는 이청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