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조동진의 장례를 마친 뒤 2주가 흘렀다. 함께 오르기로 했던 무대도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고인은 없지만 그를 향한 그리움은 후배들의 노래로 승화될 예정이다. 여동생이자 음악 동료로 곁을 같이한 가수 조동희는 "담담하게 부르려고 한다. 오빠가 생전에 어둡고 그런 걸 좋아하진 않았다"며 고인의 뜻에 따라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1966년 미8군 밴드로 음악을 시작한 고 조동진은 1979년 발표한 '행복한 사람'으로 한국 포크계에 서정주의 바람을 일으켰다. 1990년대 음악공동체 하나음악을 이끌며 '한국 포크계 대부'로 불렸다. 그 시절 함께 음악했던 멤버로는 동생 조동익·조동희, 장필순, 이규호, 조규찬, 김광석, 유재하, 유희열 등이 있다. 그 시절 막내였던 유희열은 "토이 1집 앨범 '내 마음속에'를 이곳에서 만들었다"며 비통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조동희는 "13년 만에 콘서트를 계획했는데 갑자기 돌아가셔서 공연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많이 됐다. 빈소를 찾은 동료 뮤지션도 많았지만 팬들도 정말 많았다. 이미 공연 티켓을 산 팬도 있었는데, 계속 공연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더라. 나 또한 그게 고인의 길을 따르는 길인 것 같아 계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부터 '푸른곰팡이'를 이끌고 있는 조동희는 오빠를 잃은 슬픔을 달랠 시간도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9월 16일 오후 7시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푸른곰팡이 레이블 공연 '조동진 꿈의 작업 2017-우리 같이 있을 동안에'를 위해 빨리 정신을 차려야만 했다. 추모 공연이 됐지만 그전부터 연습한 것들이 있어서 크게 준비할 건 없었다. 다만 가운데서 중심을 잡아 주는 역할이 컸다.
조동익의 아내이자 고인과 음악 인생을 같이한 장필순도 조동희 곁에서 거들었다. 장필순은 "처음 계획은 추모 공연이 아니었는데 공연 준비 중에 돌아가셔서 추모 형식이 돼 버렸다. 그전엔 즐거운 마음만 가득했는데 지금은 서로 힘든 마음을 조금씩 안고 준비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조동희는 "그렇다고 해서 어두운 분위기로 공연을 만들 생각은 없다. 오빠가 부르려고 했던 부분을 다 같이 무대에 나와 부르는 방식으로 바꿨다. 헌정 무대로 아름답게 떠나보내려고 한다"고 전했다.
티켓은 이미 매진이다. 세상과 작고한 조동진을 음악으로 추억하고자 하는 관객들이 모였다. 혹여 공연 강행을 불편해할까 봐 걱정했는데 오히려 문의 전화가 늘고 있다. 조동희는 "원래 12월 29일, 30일 고양시에 공연장을 예약해 뒀다가 오빠가 아프다는 말에 9월로 당겨서 진행하게 됐다. 고양시 공연도 그대로 진행할 예정인데, 연합공연 형식으로 추가 출연진을 논의 중에 있다. 이번 공연에 못 오신 분들은 연말에 만났으면 한다"고 알렸다.
장필순은 "유명한 가수들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오래 함께 음악했던 우리끼리 꾸미는 무대니까 부족하더라도 잘 봐 주셨으면 한다. 관객을 위한 공연도 되겠지만, 멀리서 조동진 선배님이 좋게 봐 주셨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동희는 "이맘때쯤, 가을 들어가는 입구에 매년 추모 공연을 하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만 해 봤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함께하면 좋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