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시즌 막바지까지 포지션 경쟁을 유도한다. 최상의 라인업을 구축해 포스트시즌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롯데의 좌익수와 3루수 자리는 올 시즌 붙박이 주인을 찾지 못했다. 최소 3명이 돌아가며 기회를 얻고 있다.
3루수는 김동한이 441⅔이닝(53경기 선발), 신본기가 276⅓이닝(27경기 선발)을 소화했다. 문규현과 황진수도 100이닝 이상 책임졌다. 황재균이 팀을 떠난 뒤 두루 기회를 얻었다. 주 포지션을 이동한 선수도 있다. 상대 선발투수와 당일 타격 컨디션에 따라 선발 출장 선수를 결정한다.
현재 최다 출전 선수 김동한은 지난 14일 무릎 통증 탓에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그가 자리를 비운 뒤 치른 4경기에서 황진수가 3번, 신본기가 한 번씩 선발 기회를 얻었다.
조원우 롯데 감독이 내야수를 기용하는 방침은 명확하다. 안정감 있는 수비 능력이 최우선 조건이다. 그러나 주전 후보들은 대체로 비슷한 능력을 보이고 있다. 결국 다음 조건인 타격감이 출전 경기 수를 갈랐다.
김동한은 8월 이후 타율 0.288를 기록했다. 황진수는 교체 출전이 많은 가운데서도 3할 대 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6-1로 승리한 16일 사직 SK전에서도 안타와 타점을 기록했다. 신본기는 전반기보다 페이스가 떨어졌다. 시즌 전처럼 관심을 모으는 경쟁은 아니다. 하지만 치열하다.
경쟁 체제는 당장 포스트시즌 엔트리 및 라인업 구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3루수 후보들은 대부분 젊다. 한 타석씩 소화하며 얻은 경험이 경기력으로 나타나려면 고정적인 기회가 필요하다. 포스트시즌에 돌입하면 특정 선수를 꾸준히 기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좌익수도 경쟁 구도가 이어졌다. 가장 많이 나선 선수는 지난해 '3할 타자'로 거듭난 김문호다. 124경기에 출전해 준수한 타율(0.288)을 기록했다. 하지만 롯데가 한창 상승세를 타던 8월에는 박헌도의 출전 빈도도 높았다. 8월 마지막 9경기는 모두 박헌도가 선발 출전했다. 원래 좌투수가 상대팀 선발로 나설 때 기회를 얻었지만 우투수가 등판할 때도 출전하기 시작했다. 전반기 김문호를 끌어내린 이우민도 엔트리를 지키고 있다. 세 명 모두 시즌 막판까지 타격 컨디션을 점검받게 될 전망이다.
두 포지션 모두 상위팀 KIA, 두산의 주전 선수와 비교하면 무게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여러 선수가 경험을 쌓으면서 선수층이 두꺼워졌다. 공격 능력이 아쉬웠던 선수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시너지 효과도 생겼다. 때아닌 포지션 경쟁은 롯데의 포스트시즌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