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SK·30)의 50홈런 도전을 눈여겨보는 야구인이 있다. 바로 '원조 홈런왕' 이만수(59) 전 SK 감독이다.
이 전 감독은 누구보다 최정을 잘 안다. 2012시즌부터 3년 동안 SK 감독을 역임하면서 최정을 가까이서 지도했다. 수석 코치와 감독대행 시절까지 포함할 경우 약 8년 동안 최정의 성장을 지켜본 셈이다. 이 전 감독이 수석 코치로 SK 유니폼을 처음 입었던 2007년 최정은 데뷔 3년 차 내야수였다. 그해 122경기를 뛰면서 처음으로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이 전 감독은 "최정은 성실하게 운동하는 스타일이다. 젊을 때부터 대형 선수가 될 것이라고 느꼈다"고 돌아봤다. 이어 "(최)정이는 타석에서 움직임이 거의 없다. 왼발을 오픈해서 치거나, 몸을 많이 움직이는 선수가 많은데 최정은 달랐다. 그게 장점이다"며 "한동민과 비슷한 스타일인데, 그래서 타격 스타일상 굴곡이 별로 없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전 감독은 '홈런' 하면 떠오르는 몇 안 되는 타자 가운데 한 명이다. 1982년 KBO 리그 역대 첫 번째 홈런을 때려 냈고, 1991년에는 200홈런을 달성한 첫 번째 선수로 기록됐다. 1983년부터 3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한 거포 출신이다.
이 전 감독은 "홈런을 한 해 50개 정도 칠 수 있다면 장거리 타자로 당연히 인정을 해 줘야 한다"며 "최정은 하체 중심이 정말 좋다. 대부분의 선수를 보면 상체나 팔로 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정이는 하체가 콘크리트처럼 단단하고 고정돼 있다. 홈런을 많이 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의미를 찾는 기록은 몸에 맞는 공이다. 최정은 통산 202개의 몸에 맞는 공을 기록하고 있다. 169개인 박석민(NC)을 크게 앞선 역대 1위다. 아직 30대 초반 선수인데도 은퇴한 대선배들의 통산 기록까지 훌쩍 뛰어넘었다. 올 시즌에도 18개로 리그 4위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이 전 감독은 "몸에 맞는 공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공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공이 두려우면 타석에서 바짝 붙지 못하고, 몸 쪽으로 오는 공을 피하게 된다"며 "최정은 공격적인 스타일이라 몸에 많이 맞는다. 그리고 그걸 두려워하지 않고, 타구를 당겨서 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년에 40홈런을 때려 내면서 홈런과 타격에 눈을 떴다. 그 자신감이 올 시즌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고 최정의 홈런 퍼레이드를 흐뭇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