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우들을 직접 만났다는 감동은 더할나위 없는 기쁨을 남겼지만, 그 외 모든 것은 불만으로 쌓였다. 기다린 만큼 실망한 하루였다.
20일 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 콜린 퍼스·태론 에저튼·마크 스트롱의 내한 1일차 공식일정은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시작부터 불안 불안한 모양새를 보이더니 종국에는 대형사고를 치고 말았다.
이 날 세 배우는 오후 1시40분 카카오TV 라이브 방송을 시작으로 5시 네이버 무비토크. 7시 레드카펫. 8시 무대인사 행사를 치르려 했다. 앞의 세 공식일정은 어떻게든 끝마쳤지만 무대인사가 현장에서 긴급 취소되면서 역대급 오점을 남겼다.
무대인사 취소에 관객들은 참았던 분노를 쏟아냈다. 사실 팬들의 불만은 이미 첫 일정에서부터 터졌다. 개그맨 김영철의 사회로 진행된 카카오TV 라이브 방송은 15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김영철의 영어 스피킹 자랑만 보고 끝난 것처럼 느껴졌다. 한국 팬들과 첫 인사를 나누는 자리였던 만큼 많은 관심이 쏠렸지만 질문내용·진행방식 등 모든 면에서 결과적으로 완성도가 썩 좋지는 못했다.
김영철의 미흡한 진행 실력에 팬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김영철은 자신의 SNS에 '대본대로 질문해준 건데? 영화사에서 시키는 대로 한 건데?'라는 답글을 남겼다. 하지만 팬들은 다시 김영철의 반말 해명을 지적했고, 김영철은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근황 질문까지 작년에 만난 얘기도 하라고 했다. 실은 아시잖아요. 할리우드 쪽 인터뷰는 정해진 거 하는 거요. 그리고 시간도 촉박했다. 많이 부족했다. 팬분들한테는 많이 아쉬웠을 거다. 저도 더 잘하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토로했다.
카카오TV 라이브가 영화가 아닌 한국에만 치중해 겉핥기식 인터뷰로 막을 내렸다면, 한석준 아나운서가 진행한 네이버 무비토크는 그나마 낫다는 평을 받았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갔고, 킹스맨 복장을 차려입고 킹스맨들을 만난 한석준 아나운서의 노력도 환심을 샀다. 하지만 무비토크 역시 패션과 수트 이야기에 집중돼 아쉬움을 남겼다. 팬들은 세 배우의 얼굴을 감상하는 것으로 그 아쉬움을 달랬다.
대망의 레드카펫 행사는 배우들의 놀라운 팬 서비스로 성황리에 끝났다. 물론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걸었던 45분간의 이야기다. 짤막한 대화를 진행하기 위해 무대 위에 올랐지만 배우들은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내용의 단 몇 마디만 남긴 채 무대인사 스케줄로 인해 자리를 떠났다. 이 과정에서 더 이야기 하고 싶어했던 콜린 퍼스는 마이크를 빼앗겼고, 다른 배우들 역시 몸을 움직이면서도 할 말, 해주고 싶은 말이 많은 듯 끝까지 마이크에서 입을 떼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시간 안배와 조율도 주최측이 해결했어야 할 문제다. 배우들에게 사전에 철저한 고지를 하든, 현장에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배우들과 팬들 모두 기분 나빠하지 않을 선에서 알맞게 이끌든 적당함을 맞췄어야 마땅하다. 깔끔하지 못한 대처와 현장 관계자들이 배우들에게 보인 태도는 배우들이 괜찮다 하더라도 팬들 입장에서는 불쾌함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그리고 이날 하루동안 보여준 모든 미숙함은 이후 진행될 예정이었던 무대인사 취소라는 전무후무 최악의 사고로 이어지고 말았다. 허무하고 허탈해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세 배우들과 함께 계획된 이틀간의 일정은 폭스코리아를 비롯해 내한 행사와 관련된 모든 이들이 몇 개월간 준비한 스케줄이었을 것이다. 어떻게든 팬들과 더 많이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 노력했을 노고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시뮬레이션과 실전은 다르다. 예기치 못한 사건은 터졌다. 내한 1일차, 감동도 잠시 팬들을 분노로 잠못들게 한 밤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