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서울 제7경주. 신인 기수 김효정(21) 기수가 4코너부터 멋진 추입을 보여 주며 '푸른매'와 함께 우승을 거머쥐었다.
지난 6월 2일 데뷔해 3개월 만에 4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함께 데뷔한 남자 동기인 김덕현·이동진 기수에 전혀 뒤지지 않는 전력을 뽐내고 있다. 이 때문에 새로운 여성 기수의 스타 탄생을 반기는 분위기다. 김효정 기수는 "예전에는 여자 기수들을 무시하는 게 심했다고 들었는데 요즘에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이 모두가 앞선 선배님들의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해요"라며 웃었다.
1975년 첫 여성 기수 이옥례 기수가 데뷔한 이후 이신영·김혜선 기수 등이 계보를 이어 가고 있지만 경마계에서 여성은 여전히 극소수다. 현재 활동 중인 더러브렛 기수는 서울과 부경을 다 합쳐 총 96명인데 이 중 여성 기수는 단 5명뿐이다.
특히 김효정 기수는 2012년 안효리 기수가 데뷔한 이래 5년 만에 렛츠런파크 서울의 여성 신인 기수로 이름을 올렸다. 김 기수는 운동선수 같지 않은 하얀 피부와 청초한 외모가 눈에 띈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테니스선수로 활동하는 등 의외로 오랜 운동선수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작은 체구 때문에 신체적 조건의 한계를 느끼고 다른 스포츠 종목을 알아보던 중 아버지 권유로 경마 기수가 되기 위해 경마축산고에 입학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후 경마축산고 졸업과 함께 기수교육생 시절 그리고 기수로 데뷔한 지금까지 항상 여자는 소수였다. 함께 경마교육원에 입학한 동기 중에서도 여자 기수 후보는 3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김효정 기수는 꿋꿋하게 자신의 목표를 위해 여러 힘든 과정을 모두 이겨 내고 지금 이 자리에 섰다.
"여성 기수로서 어려움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에 '우리는 소수지만 더 잘해 보자'며 서로 응원을 많이 해요. 이번에 내가 이겼을 때도 여자 기수 선배님들이 정말 잘했다면서 가장 기뻐해 주셨어요."
꽃다운 나이인 스물한 살. 김효정 기수는 또래들처럼 꾸미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운동선수로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할 정도로 그는 뼛속까지 운동선수다. 거친 경마계에 뛰어들어 여성 기수로서 자리를 잡아 가는 자신이 스스로도 자랑스럽다고 했다.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도 여성 기수가 경쟁할 수 있는 것은 예전 선배들이 일궈 놓은 터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 이유는 (여성 기수) 선배님들이 좋은 성적을 내 주셔서일 거예요. 나도 앞으로 그런 기수가 되고 싶어요."
김효정 기수가 자신의 롤모델 김혜선 기수처럼 여성 기수로서 새 역사를 써 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