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행을 확정 지은 뒤 본선을 위한 본격적인 체제를 꾸렸다. 아시아 예선을 지도한 감독이 그대로 본선으로 가는 경우도 있었고, 본선 체제를 앞두고 새로운 수장이 지휘봉을 잡은 상황도 발생했다. 어떤 경우라도 월드컵 대표팀은 환호를 받았다. 세계 최고의 무대 월드컵에서 선전을 바라는 마음이 가득 담긴 팬심이었다.
하지만 2018 러시아월드컵을 앞둔 지금 상황은 다르다.
신태용(47)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 지은 뒤 처음으로 평가전을 치른다. 러시아(10월 7일)와 튀니지(10일)로 이어지는 2연전이다. 25일 명단 발표와 함께 월드컵 체제로 '본격적인 출발'을 알린다.
그러나 신태용호를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다. 아시아 예선을 통과했지만 그들을 영웅으로 보는 축구팬들은 거의 없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도 표현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비난의 중심으로 신태용호를 몰아넣고 있다.
월드컵 대표팀이 공식 출항하는 시점에서 이런 냉랭한 분위기는 한국 축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유는 있다. 신태용호는 최종예선 9차전 이란(0-0 무), 10차전 우즈베키스탄(0-0 무)과 2경기에서 부진한 경기력을 보였다. 본선 경쟁력을 볼 수 없었다는 것이 팬심의 핵심이다.
여기에 거스 히딩크(71) 감독 논란이 불을 지폈다. 히딩크 감독이 한국 대표팀 감독을 맡고 싶다는 말이 전해지면서 큰 홍역을 치렀다.
이 논란은 아직까지 완벽히 정리되지 않았다. 히딩크 감독은 감독을 포함해 어떤 직책이라도 한국 축구를 위해 돕겠다는 의사를 드러냈고, 대한축구협회(KFA)는 히딩크 감독의 조언 등 도움을 받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축구팬들은 거리로 나왔다. 23일 '축구를 사랑하는 국민(가칭)' 회원 20여 명이 서울 신문로 대한축구협회 앞에 모여 집회를 열었다. 그들은 "김호곤 물러가라" "적폐세력을 퇴출하고 히딩크를 정중히 모시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친선경기 상대 튀니지에서도 불협화음이 나왔다. 튀니지 언론들은 "나빌 말룰 튀니지 감독이 한국과 평가전을 치를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월드컵 본선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과 친선전에 힘을 쏟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이유다. KFA는 튀니지와 친선전을 예정대로 치른다고 밝혔다.
최대 위기 속에서 최정예 멤버를 꾸리지도 못한다. 최종예선 당시 K리그의 조기 소집 등 배려를 받아 이번 2연전에서는 K리거를 제외한 해외파로 명단을 꾸릴 예정이다. 공격과 중원은 해외파로 충분히 채울 수 있지만 수비진은 K리거의 공백이 크다. 양쪽 풀백이 큰 고민거리다.
최악의 분위기로 시작하는 신태용호. 하지만 망연자실할 필요는 없다. 최고의 출발이 좋은 결말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차가운 분위기로 시작해 뜨겁게 마무리 지으면 된다. 반전할 수 있는 기회는 분명히 온다. 이번 2연전이 특히 중요한 이유다.
축구팬들이 바라는 모습, 월드컵 본선 경쟁력을 느낄 수 있을 만한 경기력과 결과를 반드시 선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