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34)이 영화 '박열(이준익 감독)'에 이어 '아이 캔 스피크(김현석 감독)'를 택했다. 시대와 캐릭터는 다르지만 일본을 저격하는 스토리는 일맥상통한다. 일제시대로 날아갔던 박열이 다시 살아 돌아온 느낌이다. 인기 많은 배우로서 주저할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대한민국 배우로서 기회가 주어지면 영광"이라 말하는 그다.
남배우들이 떼거지로 등장하는 흔한 알탕영화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는 이제훈은 두 작품에서 모두 주인공이면서 여배우를 빛나게 만들어주는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제훈의 정공법이다. 연기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는 만큼 스스로 원하는 작품, 끌리는 작품이 있어야 택한다. 때문에 이제훈의 필모그래피는 곧 이제훈을 뜻한다.
능청스러운 영어 연기에 대해 언급하자 "부끄럽다"며 온 얼굴에 귀까지 새빨갛게 달아 오를 만큼 순진함이 남아있는 데뷔 10년 차. '노잼이 사람으로 태어나면 이제훈'이라는 장난스런 반응에도 "한 번 빠져나오면 헤어나올 수 없다"고 되받아치는 너스레를 갖추게 된 이제훈은 외적으로 내적으로 단단히 성장했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 '박열'에 이어 '아이 캔 스피크'까지 일본 저격수가 된 느낌이다. "하하. 일부러 택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두 작품 모두 역사적 사실에 있어 팩트 아닌가. 그것은 누구나 저명하게 알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 계신 많은 분들이 교육받지 못한 이유로 잘 알지 못하거나 왜곡해 받아 들이고 있는데, 이 작품이 그 분들에게 있어 생각의 전환이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 간혹 해외활동을 염두하는 배우들도 있다. "난 대한민국의 배우다. 나로 인해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이 표현될 수 있다는 자체가 영광이다. 굉장히 감사한 일이다. '박열'도 그랬지만 연기를 할 때 내 태도나 자세에 있어 더 많이 공부하고 당당하게 만들어 주는 작품이 있다. 그럼 관객들도 알아 주시더라. '아이 캔 스피크' 역시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이 되기를 바란다."
- 최근 위안부 소재 영화가 많아지고 있다. "전작 '박열'이 '아이 캔 스피크'를 택하는데 아무래도 큰 영향을 끼쳤다. 배우 입장에서는 연기를 통해 단순한 영화적 재미나 희노애락을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것이 첫번째 욕망일 수 있는데, 이 작품은 그것 이상의 메시지가 있었다."
- 어떤 의미인가. "'이 영화를 관람하고 나서 남겨진 마음들이 연대가 돼 하나가 되면 좋지 않을까. 나처럼 잘 몰랐거나, 평소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던 이들에게 깨우침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대부분의 관객들이 관심은 있지만 어떤 큰 이슈가 불거지지 않는다면 평소 깊이있게 생각하지는 못할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그러지 못했던 나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 있었다."
- 나문희에 대한 존경심을 여러 번 표했다. "시나리오를 두 세 페이지 넘겼을 때 '옥분은 무조건 나문희 선생님, 제발!'이라고 생각했는데 꿈이 현실화 됐다. 함께 작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선생님 연기에 푹 빠졌다."
- 첫 만남은 어땠나. "첫 만남부터 따뜻하게 맞아 주셔서 무장해제가 됐다. 그리고 영화에 그 느낌이 모두 담겨 있더라. 행복했던 시간이 영화로 완성됐다. 선생님에게 너무 감사하다. '선생님이 안 하셨으면 과연 이 정도 감동으로 다가왔을까' 싶었다."
- 함께 연기한 소감은. "선생님 입장에서 나는 처음 보는 사람일텐데, 옆에서 계속 어리광 피우고, 앉아있고, 실없는 이야기도 많이 했다. 이상하게 편했다.(웃음) 내 착각일 수 있지만 선생님의 말씀과 액션에 즉각 반응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원래 엄청 계획하는 편인데 선생님은 연기 자체가 일상 같았다. 또 무엇이든 베푸려는 마음에 감동했다."
- 예를 들면. "선생님은 현장에 오실 때 늘 맛있는 음식을 챙겨오신다. 저에게는 자양강장제도 주셨다.(웃음) 나는 그런 모습에 감동을 받았는데, 선생님께는 당연한 일이더라. 모두와 함께 하는 것이 닫신에게는 일상이었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편안하고 쉽게 몰입할 수 밖에 없게 만들어 주신다. 배운점이 정말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