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작은 새들 노랫소리 들려오면/언제나 그랬듯 아쉽게 잠을 깬다/창문 하나 햇살 가득 눈부시게 비쳐오고/서늘한 냉기에 재채기할까 말까~.' 아이유가 부른'가을아침'이라는 노래의 일부분이다.
노랫말처럼 아침·저녁 서늘한 냉기에 가을이 왔음을 느낀다. 강원도 횡성에도 일찌감치 가을이 찾아왔다. 논에는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그렇게 푸르름을 자랑하던 산들도 서서히 색이 바래기 시작했다. 청태산자연휴양림, 미술관 자작나무숲, 찐빵마을까지 부지런히 발품을 팔면서 횡성의 가을을 좇아다녔다.
자작나무숲, 그리고 미술관
서양화가였던 원종호(64) '미술관 자작나무숲' 관장이 고향인 횡성에 자작나무를 심기 시작한 것은 1991년.
"1990년 백두산을 갔는데 묵고 있던 숙소 인근에 자작나무 숲이 있었는데 워낙 색깔이 강렬해 홀딱 반해버렸죠. 애잔하면서도 차갑기도 한 이미지도 좋았고요."
귀국하자마자 고향에 있던 선산 겸 밭 2만5000평에 자작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지인의 도움으로 1년생 자작나무 1만2000그루를 심고 가꾸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숲을 가꾸는 통에 이제껏 마음 놓고 외출 한번 하지 못했다고 한다. 자작나무숲 사이사이에 제1전시장, 제2전시장, 스튜디오갤러리, 게스트하우스 등 건물도 하나둘 지었다. 건물을 품고있는 땅의 모든 곳이 미술관의 정원이고 산책로이다.
안타깝게도 30년 가까이 흐른 지금 남은 자작나무는 약 4000여 주.
“묘목이 시원찮기도 했지만 자작나무가 원래 추운 지방에 잘 자라는데 환경에 적응을 못한거죠. 저 산등성이를 모두 하얗게 물들이고 싶었는데 아쉽네요."
그의 미술관에 들어서면 하얀 피부색을 드러낸 자작나무가 쭉쭉 뻗어 있어 색다른 느낌을 준다. 원 관장의 표현처럼 푸른 숲에서 흰색이 주는 이미지는 강렬했다.
"지금보다는 더 추워지면 더욱 더 색깔이 또렷해집니다."
자작나무에 반한 원 관장은 처음에는 서양화가였지만 지금은 사진작가로 더 유명하다. 미술관 내 카페에 들어서면 태백과 인제 자작나무 숲에서 찍은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자작나무 숲 속 상설전시장에도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가을이 물들기 시작한 청태산자연휴양림
청태산(1200m)은 관동지방으로 가던 이성계가 아름다운 산세에 반하고 큰 바위에 놀라 '청태산(靑太山)'이란 휘호를 내렸다고 한다. 청태산자연휴양림에서 청태산 정상까지는 6개 등산로를 통해 오를 수 있다. 또 산책로에는 장애인이나 노약자도 이용이 가능한 데크로드가 깔려있어 누구나 쉽게 숲을 접할 수 있다.
가을에 접어든 청태산 자연휴양림은 벌써 서늘한 기운이 맴돌았다. 제1 데크로드와 제2 데크로드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키가 30m쯤 됨직한 잣나무들이 쭉쭉 뻗어 있었다.
"제1 데크로드 주변 나무들은 거의 인공림입니다. 85%나 차지하는 잣나무도 40년전에 심은 것입니다."
안내를 맡은 산림해설사의 설명이다. 이미 잣은 따고 없었지만 잣나무 향기만은 여전히 배어있었다. 800m의 데크로드를 따라 걸으니 온몸이 상쾌해지는 듯 했다.
제2 데크로드는 인공림이 아니라 옛날 그대로 자연림이 우거져 있었다. 피나무·떡갈나무·느릅나무·단풍나무들로 빼곡했다. 양지바른 곳에 있는 참나무는 벌써 색깔이 누렇게 변했다. 이미 단풍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다음달 하순께면 울긋불긋한 단풍이 절정을 이룰 것으로 예상됐다.
날씨가 차가워지면 생각나는 찐빵
우리나라에서 찐방으로 가장 유명한 지역은 횡성에 있는 안흥이다. 안흥이 찐방으로 유명하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동고속도로가 생기기 전까지 서울에서 강릉을 가려면 국도 6호선을 타야했다. 두 지점의 중간쯤에 안흥이 있다. 지금은 자동차로 3시간이면 서울~강릉을 갈 수 있지만 예전에는 비포장길이고 험준한 산을 넘어가야 해서 거의 이틀이 걸렸다고 한다.
안흥이 중간쯤이다 보니 안흥에는 버스터미널이 있었고, 화물차 기사들이 자고 갈 숙소와 정비소 등도 많았다고 한다. 이들을 위해 남옥윤·심순녀자매는 코딱지만한 가게에서 찐빵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그때가 1968년이다.
국내산 팥을 무쇠솥에 삶아서 인공감미료 없이 찐빵 속을 만들었다. 밀가루에 막걸리를 부어 만든 반죽으로 찐빵을 만들었고 따뜻한 아랫목에서 하루 동안 숙성시켰다. 달지 않고 식감은 졸깃했다.
안흥에서 처음으로 찐빵을 팔았던 남옥윤·심순녀씨는 이제 각각 '면사무소앞 안흥찐빵'과 '심순녀 안흥찐빵'으로 나눠져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덩달아 안흥찐빵이 유명해지면서 지금은 안흥면 사무소 앞에만 찐빵가게가 19개나 있다. 다음달 13일부터 15일까지 안흥면사무소 앞에서는 찐빵축제가 열린다.
◇여행정보=서울시청에서 횡성까지는 차로 약 2시간 걸린다. 청태산자연휴양림 입장료는 어른 1000원, 어린이 300원이다.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는 해설사가 안내하는 숲해설 프로그램이 있다. 무료다. '미술관 자작나무숲' 입장료는 어른 2만원, 어린이와 청소년은 1만8000원으로 비싼 편이다. 하지만 카페에서 주인이 직접 내린 커피나 차 한잔을 공짜로 준다. 산책하면서 천천히 둘러보기 좋은 덕분에 젊은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