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만 맡았다 하면 트로피는 따놓은 당상이다. 지난 2013년 개봉한 영화 '마이라띠마(유지태 감독)'로 제34회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을 수상, 충무로 샛별로 깜짝 등장한 배우 박지수가 4년 만에 '사월의 끝(김광복 감독)'을 통해 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사월의 끝'은 공무원 시험 준비생 현진이 낡은 아파트로 이사를 온 후로 동네에 알 수 없는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현진을 둘러싼 세 여자의 얽히고 설킨 비밀을 담아낸 미스터리 스릴러 작품이다. 초저예산 영화에 치열한 경쟁작들로 개봉 후 스크린에서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그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박지수는 이번 영화에서 극을 이끄는 주인공 현진으로 분해 또 한 번 강렬한 연기를 펼쳤다. 태국 이주민 마이라띠마 못지 않은 존재감이다. 4년이 걸렸다. '마이라띠마' 이후 승승장구 꽃길만 걸을 줄 알았던 박지수는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꾸준히 활동했지만 첫 작품 만큼의 임팩트는 볼 수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보석은 반드시 빛나기 마련이다. 박지수는 '사월의 끝'으로 이를 증명시켰고, 새 소속사에 둥지를 틀면서 한 단계 더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다소 무겁고 어두운 캐릭터를 연기해 그 이미지가 강렬할 뿐, 실제 박지수는 새하얀 얼굴에 밝은 성격이 매력적인 배우였다. 연기에 대한 똑부러진 의식까지. 기회만 잡으면 훨훨 나는 것은 박지수에게 시간 문제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 너무 다른 캐릭터와 그래도 비슷한 점이 있었다면. "어릴 때 사춘기나 괜히 예민하게 굴던 시절 누가 뭐라고 하면 '왜 나한테 저렇게 이야기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번에 연기하면서 '아, 나도 그런 적이 있었구나'라고 새삼 깨달았다. 또 학창시절 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공부도 1등은 아니지만 할 땐 열심히 하는 편이었다. 그런 점이 비슷하지 않나 싶다. 연기를 시작하면서 사람에 대해 더 이해하게 되고, 나에 대해서도 다시 알게 된 부분들이 많다. 특히 이번 작품이 그랬다. 그래서 감사하다."
- 연기할 때 예민해지는 순간은 언제인가. "연기는 내가 하는 것이지만 영화는 결국 공동 작업이지 않나. 누군가 분위기를 흐리거나 그러면 참 안타깝다. 그렇다고 내가 뭘 어떻게 할 수는 없지 않나. '그래, 이런 일도 있구나' 하고 넘어가는데 다 같이 화목하게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그래서인지 나는 크게 예민해지는 순간이 없다. 무서운 감독님을 만난 적도 없고, 현장 분위기가 늘 좋았기 때문에 아직 잘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웃음) 근데 그런 분들을 만나도 난 다 이해하고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 영화만 나오면 트로피를 챙기고 있다. '사월의 끝'으로 부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몇 작품 밖에 안 했는데 늘 상을 받아서 좀 얼떨떨하다. 너무 감사하다. '더 겸손하고 노력하는 배우 되라고 주시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 이번 여우주연상은 예상했나. "함께 후보에 오른 다른 작품을 못 봐 아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이름이 불렸을 때는 솔직히 기분 좋았다. 그리고 나보다 감독님과 촬영 감독님이 더 좋아 하셨다. 본인이 상 받은 것처럼 좋아 하셨다고 하더라. '큰 선물 드렸구나' 싶었다." - 유지태 감독의 '마이라띠마'로 주목 받았다. "당시 영화 현장과 그 이후 '마이라띠마'로 함께 한 모든 일정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진짜 복 받았구나' 생각한 순간이 여러 번이다. 첫 주연작으로 청룡영화상에서 신인상을 받았고, 두 번째 주연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게 됐다. 시작부터 좋아 겁이 나기도 한다. 내가 나를 객관적으로 보기가 아직은 많이 어렵다. 상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인정을 해 주시는 것 같아 좋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
- 가족 등 주변 반응은 어땠나. "청룡영화상에서 신인상을 받았을 땐 친척 분들이 모두 우리 집을 찾았다. 거실에 빙 둘러 앉아서 한 번씩 트로피를 들어보고 만져보고 인증샷 찍고 그랬다.(웃음) 늘 지지하고 응원해 주셔서 고맙다."
- '마이라띠마' 이후에 더 활발하게 활동할 줄 알았다. "tvN 드라마 '잉여공주'도 하고 작품 활동은 꾸준히 했는데 올해 다시 운이 터진 것 같다. '사월의 끝'도 2년 전 찍었고 '유리정원'도 지난해 찍었는데 올해 다 선보이게 됐다. '유리정원'은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가지 선정됐다. 기쁘고 신기하다."
- '유리정원' 캐릭터는 전작들과 다른가. "조금 더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인물이다.(웃음) 거기에 욕망을 조금 더 따라가는 인물이라고 해야할까? 내 실제 모습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평소 반응이나 표정도 있고. 일상적인 연기를 해 볼 수 있어 좋았다."
- 작은 영화에만 출연하는 이유가 있나. “특별한 이유는 없다. 상업영화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있을 뻔 했는데 하다 보니까 우연히 그렇게 됐다. 전 작품을 보시고 감독님들이 같이 하자고 연락 주시니까. 요새는 오히려 드라마 쪽에서 찾아 주시는 것 같다. 오디션도 보고 미팅도 하고 있다. 감독님들이 관심있게 봐 주시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