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말 마지막 순간이 다가온다. 현역 선수로서 마지막 경기에 임하는 이승엽(41·삼성)의 자세도 특별하다. '전성기의 이승엽'과 함께 멋진 피날레를 희망한다.
이승엽은 오는 3일 대구 홈에서 열리는 넥센과의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은퇴식을 갖는다. 1995년 프로에 데뷔한 그의 마지막 경기다.
이승엽은 "마지막 경기에서 홈런을 치고 싶은 생각은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변화를 시도한 이승엽은 올 시즌 스프링캠프에서 '홈런 스윙'으로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훈련을 진행하다 배트 스피드가 많이 떨어진 것을 확인했다. 마음과 달리 몸이 따라주지 않자 배트를 짧게 쥐고 휘둘렀다. 그럼에도 올 시즌 9월 30일까지 22개의 홈런을 쳤다. 그는 "마음속으로는 더 많이 (홈런을) 보여 드리고 싶었는데, 몸이 안 됐다"며 "마지막에는 예전에 이승엽이 배트를 잡은 자세 그대로 치려고 한다. 원래대로 길게 잡고 치겠다"고 약속했다.
평소 자신에게 쏠리는 스포트라이트 탓에 후배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여러 차례 드러냈던 이승엽이다.
하지만 '마지막'은 다르다. 이승엽은 "3일 경기만큼은 내가 주인공이라 생각하고 싶다. 다시는 돌아오질 못하니까…"라고 말했다. 후배들에게도 "나를 위해 이겨달라고 하고 싶다"는 당부를 전했다. 3일 넥센전 선발투수로 내정된 백정현에게도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압박을 줬다"고 웃었다.
이승엽도 모든 초점을 마지막 경기에 쏟고 있다. 사실 최근 선발 라인업에서 빠지기 일쑤였다. 몸이 안 좋아서다. 쇄골 통증이 있다. 이승엽은 "최근에는 쇄골 염증으로 주사를 맞고 회복 중에 있다. 운동도 5일 동안 쉬었다"고 털어놨다. KBO 리그 개인 첫 1500타점 기록 달성을 무리하지 않은 이유에는 후배들을 생각하는 마음도 담겨있다. 그는 "내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고 팬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없다면 내가 나가는 것보다 다음 시즌에 뛰어야 할 후배들이 나가는 게 낫다"고 얘기했다.
팬들 역시 이승엽을 떠나보내기 아쉽다. 3일 경기는 입장권 2만4000장은 이미 매진됐다. 인터넷에 암표가 나돌 정도다. 이승엽은 "관심을 많이 주셔서 개인적으로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런데 좀 더 크게 보면 좋은 일은 아니다. 암표 문제가 있다고 들었다. 진짜 야구 보고 싶은 분들이 경기를 볼 수 있게 개선해야 할 문제다"고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모든 준비를 3일 홈경기에 맞췄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잘 준비해서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강인한 모습으로 기억에 남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승엽은 그동안 선수들의 안전한 이동을 책임진 버스 운전사와 은퇴 투어를 진행한 9개 구단에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그는 "버스 운전이 힘든 직업인데 정말 감사드린다"며 "우리 프로야구에서 한 번도 없었던, 상상하지 못한 은퇴 투어를 가져 정말 영광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