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 발전하면서 다분화하고 있다. 방송 종사자들도 속속들이 해당 직업의 특성과 업무 분담에 대해 상세하게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올해로 연예계에서 7년째 밥벌이를 하고 있는 기자 역시 다양한 방송 관련 직업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직접 나섰다.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베테랑을 만나 해당 직업의 특성과 에피소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짜' 이야기를 들어 보고자 마련한 코너. 방송이 궁금한 이들이여, '방궁너'로 모여라.
일곱 번째 주인공은 JTBC 미술감독으로 활동 중인 윤진희 팀장이다. KBS 무대 디자이너로 시작해 JTBC 개국에 맞춰 이직, 올해로 19년 차다. 무대 디자이너의 세계에선 창의적인 생각과 도전 정신이 중요한 키였다.
-미술감독의 업무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가. "프로그램 기획 단계부터 함께 한다. 컨셉트가 정해지면 방향을 설정하고 디자인 후 제작, 설치 업무를 하면 끝난다. 인테리어나 공간 디자인 경우 디자인 설계 정도에서 끝나는데 방송 무대 같은 경우는 디자인해서 설치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녹화 들어가기 전까지 설치한다. 생방송 1분 전까지 무대를 연출한 적이 있다.(웃음) 큐가 들어가는 순간 빠졌다. 두근두근 떨리면서도 희열이 있더라."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점은. "컨셉트 도출이 중요하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 어떤 메시지를 주고자 하는가를 먼저 파악한다. 파악한 걸 잘 구현하는 게 중요하다. 결과론적으로 잘 구현하는 건 '디테일'이다. 그래서 마감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쓴다. 똑같은 디자인이라도 어떻게 마무리를 하느냐에 따라서 심미성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후배들한테도 그 부분을 제일 강조한다."
-타사와의 차별성은 '마무리'인가. "아무래도 지상파보다는 제작환경이 열악해 차별적인 점을 이끌어내려면 무엇인가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쪽으로 집중했다. 마감 부분을 신경 쓰니 윤기 있고 깨끗한 느낌을 주더라. 스튜디오 스태프들도 너무 좋다고 했다. 지난번 대선 토론을 진행했을 때 선 하나부터 카메라 각도까지 계산하고 청소했다. 세세한 라인과 디테일을 잡았다.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해 집중했는데 시청자들도 그렇고 스태프들에게도 만족하는 '룩'을 도출한 것 같다. 방송 후 손석희 사장님이 '방송 33년 만에 이렇게 완벽한 무대는 처음'이라는 메시지를 보내셨더라. 정말 뿌듯했다. 웬만큼 해선 칭찬을 안 하는 분에게 칭찬을 들으니 느낌이 좀 달랐다.(웃음)"
-가장 기억에 남는 세트장을 꼽는다면. "광화문 광장에서 지난 5월9일 대선 특별방송을 할 때 오픈 스튜디오를 지었다. 지상파 3사(KBS·SBS·MBC)와 JTBC가 야외무대를 두고 경쟁했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포커스가 JTBC에 맞춰져 있어 부담감이 더 컸다. 스스로 항상 요구하는 게 '무대를 통해서 어떤 차별점을 줄 것인가?'다. 비주얼적으로 시선이 가야 시청자들이 모인다. 중간에 끼어 있는 자리라 어렵겠다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 중심에 서 있더라. 모든 스태프가 하나가 되어 구성했다."
-그때 어떤 콘셉트로 구성했나. "탄핵은 소통의 부재였다. 그래서 무대 콘셉트는 시민과의 소통으로 잡았다. 폐쇄된 게 아니라 현장에 와 있는 시민들과 출연자, 앵커들이 같이 호흡하면서 소통하는 쪽에 방향성을 맞췄다. 시청률도 그렇고 현장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 기뻤다."
-무대 디자이너로 살아가기 힘든 점은. "방송 일 자체가 화려하게 보이는데 이면엔 환경이 열악하고 거친 면도 많다. 밤새워 일을 한다. '아는 형님' 같은 경우 월요일에 회의해서 화요일에 기획, 수요일에 만들고 목요일에 녹화한다. 아이디어를 계속 창출하기도 힘들고 디자인을 수행하는 과정 자체도 힘들다. 그럼에도 성취감과 무대를 세웠을 때 희열 때문에 빠져들어 일하고 있다."
-세트는 녹화 후 허물지 않나. 공허함이 들 것 같다. "그런 마음이 안 들 순 없다. 길게는 두 달, 한 달 준비한다. 며칠 밤새워서 일주일 내내 만들고 설치했는데 6~7시간 만에 방송이 끝나고 철거한다. 초반엔 공허함이 정말 컸다. 이젠 그 마음이 들려고 할 때 바로 다른 일을 한다. '내일 또 새로운 게 있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달랜다."
-이 직업을 택한 이유는. "무대 자체에 이끌림이 있었다. 처음에 '내가 이걸 해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시작했다기보다는 무대의 매력에 끌려 시작했는데 이후 일을 하면서 힘들지만 재밌었다. 연필 하나로 선을 쭉 그리면 조형물이 되고, 평면을 그리면 구조화가 되지 않나. 형상화되는 것들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시각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도 하고. 그런 것들이 매력적이었다."
>>황소영의 방궁너②에 이어 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oins.com 사진=박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