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LG 감독 중 재계약에 성공한 사령탑은 단 한 명도 없다.
LG는 3일 "신임 사령탑에 류중일 감독을 선임한다"고 밝혔다. 전임 양상문 감독은 단장직으로 옮긴다.
2000년대 LG 사령탑은 '독이 든 성배'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재계약에 성공한 감독이 단 한 명도 없고 계약 기간을 못 채운 사령탑도 꽤 있기 때문이다. 1999시즌을 앞두고 재계약한 천보성 감독이 가장 마지막 사례다.
1994년 LG의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이광환 감독은 재계약에 성공했으나, 1996년 7위로 부진하자 시즌 도중에 경질됐다.
감독대행을 거쳐 1997년 정식 감독에 선임된 천보성 감독이 가장 최근 재계약에 성공한 사령탑이다. 1997~1998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로 LG와 재계약했다. 하지만 1999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자 역시나 경질됐다.
2000년 LG 사령탑에 오른 이광은 감독은 한 시즌 반 만에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고,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끈 김성근 감독도 그해 시즌 종료 뒤 LG를 떠났다. 그러자 LG는 이광환 감독에게 다시 지휘봉을 맡겼으나 성적 부진으로 1년 만에 물러났다.
2004년부터 LG 사령탑에 오른 이순철 감독도 2006년 6월 성적 부진으로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한 채 팀을 떠났다.
LG는 2007년 현대 시절 한국시리즈 우승 4회를 이끈 김재박 감독을 영입했다. 김 감독은 3년 동안 포스트시즌에 단 한 번도 진출하지 못하면서 재계약에 실패했다.
이후 LG는 초보 사령탑 박종훈 감독과 파격적인 5년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박 감독이 2년 연속 6위에 그치자 팀을 떠났다.
지휘봉을 넘겨 받은 김기태 감독은 2013년 11년만에 LG를 포스트시즌에 올려놨으나 이듬해 5월 갑자기 사퇴했다.
양상문 감독이 사령탑에 올라 꼴찌였던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놨다. 2015년 9위에 그쳤으나 지난해 가을야구에 진출, 플레이오프까지 올랐다. 하지만 올 시즌 많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자 감독 재계약에 실패했다. 다소 드물게 곧바로 단장을 맡았다.
어찌됐든 2000년대 LG 감독 중에 재계약에 성공한 사령탑은 단 한 명도 없다. 1994년 이후 한국시리즈 우승이 없는 LG의 어두운 그림자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