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단위 관객이 극장을 많이 찾는다는 명절 연휴, 올해는 이례적으로 두 편의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영화들이 스크린에 등판해 눈길을 끌었다. 개봉 전부터 역대급 흥행을 예고한 '킹스맨: 골든 서클(매튜 본 감독)'과 복병 '범죄도시(강윤성 감독)'다.
공통점은 잔혹성의 오락화. 꽤 수위높은 잔혹성을 오락으로 버무리면서 관객들의 환심을 사는데 성공했다. 돌아가면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신기록 달성에 흥행 기록까지 원하는 목표를 착착 일궈내고 있지만 그 속에도 반전은 있다. 설마가 잡은 흥행이다. 시즌마다 터진 복병이 결국 추석에도 이어졌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범죄도시'는 8일 42만5287명을 끌어모아 '남한산성(황동혁 감독)', '킹스맨: 골든 서클'을 꺾고 박스오피스 1위 역주행에 성공했다. 누적관객수는 180만6781명이다. 황금연휴 최대 이변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그에 반해 개봉하자마자 청불 영화 신기록 줄세우기에 나섰던 '킹스맨: 골든 서클'은 20만3171명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누적관객수는 440만356명으로 전작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기록 612만 명을 넘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는 말은 명언이자 진리다. 올해 영화계에서는 여러 번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어떤 영화도 개봉 전까지는 절대 안심할 수 없다는 반응이 팽배하다. 억지 흥행, 반전 참패는 없다. 관객들의 평가가 성적표로 고스란이 찍혔다. '킹스맨: 골든 서클' 역시 마찬가지다.
혹시나 싶은 두려움에 모두가 동시 개봉을 피한 '킹스맨: 골든 서클'이지만, 오히려 '킹스맨: 골든 서클'로써는 단독 개봉했던 일주일의 시간이 없었다면 예상보다 더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게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남한산성'과 투톱 쌍끌이를 예고했지만 날이 갈수록 뚝뚝 떨어지고 있는 화력이 씁쓸하다.
그 빈자리를 복병 '범죄도시'가 파고 들었다. 거대한 장벽도 치고 치고 또 치면 무너지기 마련이다. '범죄도시'는 2004년 하얼빈에서 넘어와 순식간에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 넣은 신흥범죄조직을 일망타진한 강력반 괴물 형사들의 조폭소탕작전을 영화화 한 작품이다.
겉보기에는 그저 그런, 늘 봐왔던 액션 느와르 오락물처럼 보이지만 재미를 담보로 1위 역주행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둬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시선이 얼마나 냉정해졌는지, 또 입소문의 힘이 흥행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범죄도시'가 입증하고 있다.
'킹스맨: 골든 서클'은 호불호 갈리는 평가 속에 여혐 등 일부 특정 장면과 소재들이 문제로 제기됐다. 전편보다 길어진 러닝타임에 비해 신선도와 재미는 덜해 지루함이 느껴진다는 평까지 이어졌다. '범죄도시'는 "기대 이상"이라는 환호 속 스토리·연출·연기력 등 3박자가 절묘하다는 극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충무로 관계자는 "애초 기대치에서 차이가 있었다는 점을 무시할 수는 없다. '킹스맨: 골든 서클'은 기대치의 최상을 찍었고, '범죄도시'에 대한 관심은 미비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초반 스코어로 비교할 수 있다"며 "다만 러닝타임이라는 정해진 시간 내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힘은 '킹스맨: 골든 서클' 보다 '범죄도시'가 높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순간 화력과 장기 흥행을 판가름지을 수 있는 척도다. 관객들의 평가도 해를 거듭할 수록 예리해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