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8일 마동석 윤계상의 '범죄도시(강윤성 감독)'가 이병헌 김윤석 '남한산성(황동혁 감독)'을 꺾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이변'이라는 표현 자체가 '범죄도시'를 바라보는 시선의 의미를 포괄한다. 박스오피스 1위와 흥행이 당연했던 '남한산성'과 출발선부터 달랐던 복병이다.
'킹스맨: 골든 서클(매튜 본 감독)'만 피하면 될 줄 알았더니 한국 영화, 그것도 박빙 경쟁을 염두하지 않았던 작품에 뒤통수를 맞을 줄은 몰랐을 터. 6일 연속 1위를 차지해 300만 돌파에 성공한 '남한산성' 흥행보다 단 하루 '남한산성'을 꺾고 1위 자리에 올라선 '범죄도시' 기록이 더 이슈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태생부터 달랐다. '남한산성'은 CJ엔터테인먼트라는 거대 배급사를 물고 태어난 금수저로, '도가니' '수상한 그녀'를 줄줄이 성공시킨 황동혁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이병헌·김윤석·박해일·박희순·고수·조우진으로 이어지는 충무로 어벤져스가 뭉쳐 탄생시킨 정통사극이자 대작이다. '범죄도시'는 국내 4대 배급사(CJ·롯데·쇼박스·NEW)는 아니지만 멀티플렉스 소유와 함께 최근 세력 확장이 눈에 띄는 메가박스(주)플러스엠을 배급사로, 마동석·윤계상·최귀화 등 주·조연을 넘나드는 배우들이 "재미있는 영화 한 편 만들어 보겠다"며 의기투합해 완성해낸 작품이다.
제작비의 차이도 당연하다. '남한산성' 손익분기점은 500만 명, '범죄도시'는 200만 명이다. 8일까지 '범죄도시'가 180만 명, '남한산성'이 300만 명을 동원한 것을 비교한다면 '범죄도시'가 '남한산성'에 비해 더 빨리 흥행의 맛을 보게 될 전망이다.
'범죄도시'가 '남한산성'과 같은 날 개봉을 확정지었다고 고지했을 때만해도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남한산성'과의 직접적인 경쟁보다 관객수가 몇 배로 늘어나는 추석 특수를 놓치기에는 아까웠을 것"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준비 중인 많은 작품 중 메가박스가 '범죄도시'를 추석 카드로 내밀 때는 어느 정도 잘 될만한 그림이 보였기 때문 아닐까. 당당하게 내밀었던 도전장은 '남한산성'과 '킹스맨: 골든 서클'을 모두 이겨버린 신의한수가 됐다. '범죄도시'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더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범죄도시'는 어떻게 '남한산성'을 이길 수 있었을까. 돌고 돌아 설명할 수 있는 한줄평은 결국 '영화의 힘'이다.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력을 기본으로, 반갑게도 '남한산성'과 '범죄도시'는 작품성 면에서도 관객들의 인정을 받았다. '남한산성'은 '근래 보지 못했던 좋은 영화'라는 평이 뒤따르고 있고, '범죄도시' 역시 '재미를 담보로 쫄깃한 스토리가 압권'이라는 평을 받았다.
작품성이 모두 합격점이라면 명절시즌에 강한 장르인 '사극이냐, 오락이냐'를 놓고 봤을 때, 상업적인 면에서 오락적인 요소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남한산성'에 비해 통쾌하고 재미있는 '범죄도시'의 화력이 순간 치솟은 것으로 분석된다. 정통사극 140분과 오락영화 121분이라는 러닝타임도 무시할 수는 없다.
입소문이 터지면서 '범죄도시'는 60%가 넘는 좌석점유율을 자랑, 극장도 스크린 문을 활짝 열었다. 연휴 후반 '남한산성' 못지 않게, 때로는 '남한산성' 보다 촘촘하게 짜여진 상영표가 이를 반증한다.
1위도 2위도 어쨌든 한국 영화다. '남한산성'과 '범죄도시'는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킹스맨: 골든 서클'을 무찌르고 민족 대명절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지켰다. 연휴 수혜를 제대로 받으며 흥행 꽃길을 걷고 있는 '범죄도시'와 '남한산성'이 연휴가 끝난 후에도 여운을 이어갈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