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의 중국 시장 진입이 사실상 막혔다. 중국 정부의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불똥이 한국 게임으로도 튀면서 판호(중국 내 서비스 허가권)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중국 진출을 계획했던 한국 게임사들로서는 속이 탄다. 여기에 중국 게임사들이 한국의 인기 게임을 베껴서 서비스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속은 더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다.
기약 없는 판호… 빗장 걸린 중국 시장
넷마블게임즈는 중국의 최대 게임사 텐센트와 함께 모바일 히트작인 '리니지2 레볼루션(이하 레볼루션)'의 중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형 레볼루션은 언제든지 출시될 수 있도록 개발이 완료된 상태다. 그러나 판호가 나오지 않으면서 목표로 했던 연내 출시가 사실상 불투명하다. 중국 정부는 해외 게임이 자국에서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판호를 반드시 받도록 하고 있다.
레볼루션은 한국을 비롯해 동남아·일본 등 아시아 지역을 평정했으며 오는 20일 북미 시장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당초 중국 시장을 먼저 공략할 계획이었지만 건너뛰게 됐다.
넷마블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중국 내 시장 영향력이 큰 텐센트에 기대를 걸었지만 높은 사드 장벽을 넘지 못하면서 글로벌 시장의 리더가 되기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하는 중국 시장에 발조차 내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 모바일 게임 '리니지 레드나이츠'의 판호를 신청했지만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리니지M'의 성공으로 모바일 게임 시장에 대한 자신감이 붙은 엔씨소프트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이들뿐 아니라 대부분의 한국 게임사들도 비슷한 처지다. 그래서 아예 판호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접은 경우가 적지 않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중국 파트너사에 물어보면 기다려 보라고만 한다. 올 초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는데 거의 1년이 다 돼 간다. 올해 판호를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게임 베끼기 기승… 속수무책으로 당해
중국에서는 수입 관문이 막힌 사이에 한국 게임사들의 분통을 터지게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중국 게임사들이 한국의 인기 게임을 무단으로 복제해 서비스하고 있는 것.
특히 요즘 가장 많이 베끼고 있는 것이 국내 중견 게임사인 블루홀의 PC 온라인 게임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다.
배틀그라운드는 100인의 이용자가 고립된 섬에서 무기와 탈것을 활용해 최후의 1인으로 살아남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배틀로열' 게임이다. 올해 3월 유명 게임 플랫폼인 스팀에서 얼리액세스(베타) 버전으로 출시돼 현재까지 1300만 장 이상 판매됐으며, 스팀의 최고 동시 접속자 수도 2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는 정식으로 출시되지 않은 중국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스팀을 통해 즐기는 중국 이용자는 배틀그라운드 전체 이용자의 40% 이상이 될 정도다.
이에 중국 게임사들이 '짝퉁' 배틀그라운드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란징게임의 '정글의 법칙: 지상의 대법칙'과 호러스 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불렛 스트라이크', 원톤게임즈의 '그랜드 배틀로얄', 빌리언게임즈의 '배틀로얄: 적자생존' 등이다.
이들 게임은 비행기에서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리는 시작 부분과 생존 경쟁을 벌이는 설정, 게임 캐릭터의 무기, 보호 장구, 심지어 게임 포스터 컨셉트까지 배틀그라운드와 매우 비슷하다.
이들 게임은 배틀그라운드가 약 3만원을 내야 하는 유료 PC 게임이라는 것과 달리 무료로 즐기는 모바일 게임이라는 점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블루홀은 중국에서 배틀그라운드 복제 게임이 버젓이 서비스되고 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내에 관리할 인력이 없을 뿐 아니라 중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반감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루홀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향후 어떻게 대응할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 게임 시장이 접근도 안 되고 무단 복제도 심각해지면서 한국 게임사들이 전략을 바꾸고 있다. 중국 게임사에 IP(지적재산권) 이용권을 넘기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중국 게임사가 자체적으로 게임을 개발하기 때문에 판호 없이 중국 내 서비스를 할 수 있다. 다만 한국 게임사는 라이선스 비용만 받는 구조기 때문에 많은 수익을 올리기 힘들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언제 나올지 모르는 판호만 기다릴 수 없다. 그렇다고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며 "게임의 유행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인기가 있을 때 수익이 줄어들더라도 우선 중국에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