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드라마 시장을 뒤흔드는 유명 작가들이 과거에는 가구회사 경리부터 국회보좌관까지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다.
'태양의 후예' '도깨비' 등 국내를 넘어 아시아를 사로잡은 김은숙 작가는 과거 강릉의 가구회사서 7년여간 경리로 일 했다. 김은숙 작가는 지난 여름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어릴 적 강릉 백일장을 휩쓸었으나 집안 사정이 어려웠다. 장녀라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부터 일을 해야했고 강릉의 작은 가구공장서 7년 여 경리로 일 했다"고 말했다. 늘 글쓰기에 대한 큰 꿈이 있었고 서울로 올라와 결실을 맺었다.
'힘쎈여자 도봉순' '품위있는 그녀'로 올해만 JTBC 최고 시청률을 두 번 경신한 백미경 작가도 이력이 독특하다. 대구에서 영어학원을 차렸고 10년간 운영했다. 백 작가는 "학원이 잘 돼 돈을 많이 벌었는데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 늦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학원을 운영할 당시 '상인동 백선생'으로 불릴만큼 유명했다. 그럼에도 글 쓰기의 미련을 버리지 못 해 학원을 정리한 후 며칠만에 뚝딱 쓴 글 '강구이야기'가 공모전에 당선돼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미니시리즈는 김사랑 주연의 '사랑하는 은동아'가 처음이다.
'정도전' '어셈블리'를 쓴 정현민 작가는 국회보좌관 출신이다. 국회에서 노동 정책 전문 보좌관으로 10년여간 일을 하면서도 글 쓰기를 계속했다. 보좌진 생활을 취재하러 온 작가에게 '드라마를 써보는게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고 드라마교육원을 다녔다. 공모전에 당선된 이후에도 방송국과 국회 생활을 병행해오다 아내의 권유로 보좌관직을 내려놓고 작가일을 시작했다.
지금은 은퇴한 '막장드라마 대모' 임성한 작가는 컴퓨터 과목 강사 출신이다. 7년간 초등학교서 컴퓨터 강사로 일했고 시청자 입장에서 보던 드라마가 너무 재미없어 직접 글을 쓰기 시작했다. '보고 또 보고' '인어아가씨' '하늘이시여' 등 높은 시청률과 무수한 논란을 떠안은 드라마를 탄생시켰다.
'비밀의 숲'으로 업계가 주목하는 사람으로 우뚝 선 이수연 작가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비밀의 숲'은 3년간 취재한 그의 땀·눈물 섞인 결과물이다. '쌈, 마이웨이'를 쓴 임상춘 작가도 평범한 회사원에서 공모전 당선으로 작가계로 입성했다.
한 드라마 작가는 "글 쓰는 건 단순히 생각해 놓은 아이템을 기본으로 어렵지 않게 풀어나갈 수 있는 작업이라 다양한 직업 출신이 많다"며 "최근에는 전문 아카데미 등이 생겨 작가 지망생들에 대한 교육이 체계적으로 잡히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