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문근영이 영화 '유리정원(신수원 감독)'을 통해 11년 만에 주연으로 스크린에 컴백, 미친 연기로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포문을 활짝 열었다.
이번 부국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유리정원'은 베스트셀러 소설에 얽힌 미스터리한 사건 속 슬픈 비밀을 그린 작품이다. 12일 오후 1시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진행된 기자시사를 통해 첫 베일을 벗었다.
영화의 설명처럼 '유리정원'은 소설과 실화를 넘나들며 소설을 현실처럼, 현실을 판타지처럼 아름답게 구현해내 몽환적인 분위기를 완성했다
'유리정원'이 관심을 모은 이유는 8번째 부국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한국 영화인데다가, 문근영이 '사랑따윈 필요없어(2006)' 이후 무려 11년 만에 택한 스크린 복귀작이기 때문.
문근영은 2015년 '사도'를 통해 스크린에 잠깐 얼굴을 내비친 적은 있지만, 완벽한 원톱 주연으로는 11년 만에 '유리정원'에 출연하면서 충무로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 급성구획증후군 판정으로 잠정 활동을 중단한 후 컴백하는 것이라 더욱 화제를 모앗다.
뚜껑열린 '유리정원' 속 문근영은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오로지 연기로 입증시켜 감탄을 자아냈다. 화장기 하나 없는 민낯, 파격적인 숏커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새로운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사연 많은 눈빛은 '역시 문근영'이라는 찬사를 쏟아지게 만든다.
아역으로 데뷔 이래 성인 배우 신고식을 치른 후에도 수 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자신만의 존재감을 내비친 문근영이지만 '유리정원'은 그 궤도를 달리한다. '역대급 인생연기'라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캐릭터에 완전히 동화돼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속도감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이번 영화에서 문근영은 숲 속의 유리정원에서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혈액을 연구하는 과학도 재연으로 분해 특유의 순수함은 물론 그와 상반되는 압도적 감정 연기까지 일당백 활약을 펼쳤다.
특히 미쳐가고 있지만 스스로 '미치지 않았다'고 자기 세뇌를 시키며 자신을 뮤즈로 삼은 소설 속 인물을 다시 역으로 동기화 시키려 하는 모습은 문근영의 폭발적인 내공과 함께 관객들을 기어이 설득시킨다.
문근영과 함께 호흡 맞춘 김태훈·서태화의 연기도 빛을 발한다. 김태훈은 유전적이 이유로 치료법 없이 점점 몸이 마비돼 가는 무명 작가 역할을 맡아 귀신같이 소화, 서태화는 자칫 잘못하면 웃음을 자아낼 수 있는 상상 속 나무 인간의 비주얼까지 표현해냈다
칸·베니스 등 해외 영화제에서 일찌감치 주목받은 신수원 감독은 일상과 환상의 경계를 머무는 연출력을 바탕으로, 타인의 욕망에 의해 삶이 파괴되거나 꿈과 이상이 현실에 의해 좌절된 캐릭터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며 신선한 한국 영화를 또 한 편 탄생시켰다.
그림같은 비주얼도 드라마틱하다. 실제 경남 창녕의 우포늪 부근 미지의 숲에서 촬영한 이번 영화는 자연이 선사하는 압도적이고 경이로운 풍경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아 관객들을 숲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만든다.
'유리정원'은 이 날 오후 치러지는 개막식을 통해 영화제를 찾은 세계 각국의 영화인들과 영화팬들에게 정식 공개되며, 10월 25일 개봉한다.부산=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