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KBO 리그 신인 선수들이 기대만큼 높은 몸값으로 환대를 받고 있다. 모처럼 KBO 리그에 계약금 5억원을 넘긴 '특급 신인'까지 나왔다.
LG와 롯데를 제외한 8개 구단은 최근 내년 시즌 입단하는 신인 선수들과 연이어 계약을 완료했다. 넥센 안우진(휘문고)이 6억원, kt 강백호(서울고)가 4억5000만원을 받는 등 상위 지명자들 계약금이 예년보다 눈에 띄게 많아졌다.
KBO 리그는 한동안 스타플레이어 기근에 시달렸다. 류현진(LA 다저스)과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을 비롯한 특급 선수들이 줄줄이 메이저리그로 떠난 뒤에는 더 심해졌다. 리그 지형을 뒤흔들 만한 새 얼굴조차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신인왕은 대부분 '중고 신인'들이 가져갔다. 야구계는 이에 대해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이후 수많은 체육 인재들이 야구가 아닌 축구로 몰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올해는 다르다. 10개 구단이 미래의 주역들을 맞아들일 기대에 부풀어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 전승 금메달과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을 목격하고 야구를 시작한 이른바 '베이징 키즈'들이 대거 프로 무대에 진출하기 때문이다. 특히 투수 쪽은 프로 각 구단 스카우트들이 "21세기 최고의 시장"이라고 입을 모을 만큼 인재가 많다. 시속 150㎞대 강속구를 뿌리는 파이어볼러들이 즐비하다.
안우진 6억원, 5년 만에 나온 역대 5위권 계약금
안우진은 그 가운데서도 최대어로 꼽혔다. 키 193cm, 몸무게 95kg의 당당한 체격을 자랑한다. 시속 150㎞ 초반대 강속구와 슬라이더·커브·체인지업을 비롯한 다양한 변화구를 던진다. 서울 세 구단 가운데 1순위 지명권을 가졌던 넥센이 1차 지명에서 안우진을 선택한 이유다. 넥센은 팀 역대 신인 최고 계약금인 6억원을 안기면서 안우진을 향한 기대감을 표현했다.
6억원은 KBO 리그 역대 신인 계약금 공동 5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2006년 KIA 한기주(10억원), 1997년 LG 임선동, 2002년 KIA 김진우, 2011년 한화 유창식(이상 7억원·입단 당시 소속팀)의 뒤를 잇는다. 2005년 두산 김명제와 2013년 NC 윤형배가 6억원으로 안우진과 같은 금액을 받았다. 윤형배 이후 5년 만에 계약금 6억원 이상 선수가 나왔다.
이뿐이 아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지명 전체 1순위로 뽑힌 서울고 강백호는 kt와 4억5000만원에 사인했다. 지난해 최대어로 꼽혔던 롯데 투수 윤성빈과 같은 금액이다. 이외에도 삼성에 1차 지명된 한양대 최채흥이 3억5000만원, kt 1차 지명 투수인 김민(유신고)과 두산 1차 지명 투수 곽빈(배명고)이 각각 3억원에 계약했다.
3억원 이상 계약금 2년 전엔 전무, 올해는?
지난 2년간 입단한 신인들에 비해 확실히 몸값이 뛰었다. 지난해 최고 몸값을 받은 윤성빈은 고교 2학년 때부터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러브콜을 받은 특급 유망주였다. 그런 그가 롯데 1차 지명을 받고 계약한 금액이 4억5000만원이다. 그다음으로는 LG 투수 고우석과 NC 투수 김태현이 나란히 계약금 3억원에 도장을 찍고 입단했다. 넥센 외야수 이정후가 2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계약금 2억원 이상을 받은 선수는 이정후까지 총 4명뿐. 그 외 1차 지명 선수들인 KIA 유승철, 두산 최동현, 삼성 장지훈은 나란히 1억8000만원에 사인했다. SK 이원준과 한화 김병현은 1억7000만원이다.
2016년은 더 적었다. 3억원 선에 도달한 선수가 1명도 없다. 전체 최고 계약금은 삼성 최충연이 받은 2억8000만원이다. 그다음이 LG 김대현(2억7000만원)과 kt 박세진(2억 3000만원). 그 외에 NC 박준영, SK 정동윤, 넥센 주효상이 2억원을 받았다. 총 6명이 2억원을 넘겼지만, 눈에 띄는 고액 계약금은 나오지 않았다.
올해는 지난 2년과 비교할 수 없다. 벌써 3억원 이상을 받은 선수가 5명, 2억원을 넘긴 선수가 7명이다. 여기에 롯데와 LG까지 신인 선수 계약금을 모두 발표하면 충분히 더 늘어날 수 있다. LG 1차 지명 선수인 선린인터넷고 투수 김영준은 3억원을 받은 두산 곽빈과 비슷한 수준의 계약금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롯데가 1차 지명에서 뽑은 경남고 내야수 한동희와 2차 1라운드에서 선발한 용마고 투수 이승헌도 마찬가지다.
[사진=왼쪽부터 김민·조대현·강백호]
강백호는 왜 김민보다 더 많이 받았나
kt 신인들의 계약에선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kt는 올해 1차 지명 투수인 김민에게 계약금 3억원을 줬다. 그러나 2차 1라운드에서 지명한 강백호와는 4억5000만원에 계약했다. 1차 지명 선수는 말 그대로 각 구단이 연고 지역에서 1순위로 선점하는 최고 유망주다. 2차 지명 선수보다 더 많은 계약금을 받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kt는 예외다.
올해만 그런 게 아니다. kt는 지난해도 2017년 1차 지명 선수인 조병욱과 1억원에 사인했지만, 2차 1라운드에서 뽑은 이정현과는 1억6000만원에 계약했다. 다른 팀 1차 지명자들에 버금가는 금액이었다. 올해 역시 강백호가 김민보다 무려 1억5000만원이나 더 많은 계약금을 받았다.
이유가 있다. kt는 2015년과 2016년 모두 최하위에 그치면서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따냈다. 2차 지명에 나온 전체 유망주들 가운데 최고 선수를 지명할 수 있는 권한을 손에 넣었다. 또 이정현과 강백호는 모두 그해 연고 구단 1차 지명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용마고 출신인 이정현은 고교 시절 유급 경력이 있다. 강백호 역시 중학교 3학년 때 부천중에서 이수중으로 전학했다. 둘 다 "유급과 전학이 아니었다면 충분히 연고 지역 구단에 1차 지명됐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강백호가 신인 드래프트에 나온 것은 kt에 '천운'이었다. 강백호는 투타에서 모두 특급 재능을 과시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kt는 강백호에게 투타를 겸업시키면서 미래의 간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4억5000만원이라는 계약금에는 그 기대치까지 담겼다.
이외에도 한화에 2차 1라운드 지명으로 입단한 야탑고 이승관(1억5000만원)이 1차 지명을 받은 북일고 성시헌(1억2000만원)보다 더 많은 계약금에 도장을 찍었다. 2차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롯데에 입단한 이승헌 역시 유급으로 1차 지명 대상에서 제외됐던 특급 유망주다. 다른 팀 1차 지명자들에 버금가는 계약금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