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국정감사에서 집중 포화를 맞았다. 절차상 문제가 있음에도 인허가가 났다는 특혜 의혹에서부터 독소조항이 담긴 주주간 계약서 문제 등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여기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인가 절차가 미흡했다"고 말하면서 특혜 의혹에 기름을 부었다.
특혜 인가 의혹·주주간 계약서 문제까지 쏟아져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의 국감에서 케이뱅크에 대한 각종 의혹과 문제 제기가 봇물을 이뤘다.
주요하게 제기된 것은 박근혜 정부와의 유착 의혹과 산업자본이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주주간 계약서를 체결한 점, 사실상 KT가 동일인으로 하는 독소조항을 마련한 점 등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케이뱅크와 박근혜 정부 간의 유착 관계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심 의원은 "KT가 케이뱅크의 인가 당시 차은택의 측근인 이동수 전 KT 전무 등을 입사시키며 특혜 의혹을 불렀다"며 "황창규 KT 회장은 당시 이 같은 인사에 대해 '향후 있을 인가 과정에서 불이익이 있을까봐 채용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케이뱅크를 비롯한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은산분리 완화를 전제로 해 산업자본이 향후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주주간 계약서를 체결했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T는 케이뱅크의 지분 28~38%를,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지분 30%를 확보하기 위한 콜옵션과 풋옵션을 주주간 계약서에 담았다고 지적했다. 산업자본이 대주주가 되도록 미리 계약을 한 것은 현행법에 어긋나는 행위라는 것이다.
케이뱅크가 주주간 계약서에서 5개 독소조항을 마련해 KT와 우리은행, NH투자증권 등 케이뱅크의 주요 3대 주주 위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히 이사회 구성에 있어서 3개 주주들이 전체 9명의 이사회 중 5명에 대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추천권을 확보하고 있어 나머지 주주들의 의결권을 차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은행 대주주 자격 논란과 관련해서는 금융위가 출자를 강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케이뱅크 인가 당시 우리은행은 민영화가 되기 전으로 예금보험공사의 지분이 51%였다. 사실상 정부 소유였던 우리은행을 상대로 금융위가 케이뱅크 출자를 강제했다는 것이다.
이날 케이뱅크 국감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인가 절차가 미흡했다"고 말하면서 더욱 뜨거워졌다.
최 위원장은 불과 한 달 전 만해도 "케이뱅크의 인가시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며 각종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그러나 이날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케이뱅크의 특혜 인가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최 위원장은 "절차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심상정 의원의 질의에 대해서도 "오늘날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면 그때 성급했고 기대를 줬다는 것에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 진땀…특혜 의혹 해소는 못해
이날 국감에 출석한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은 여야 의원들의 집중 공세에 진땀을 뺐다. 그러나 특혜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지 못했다.
우리은행 적격성 문제나 인가 특혜 논란 등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당시에 관여하지 않아 잘 모른다" "알고 있지 못한다" 등 모르쇠로 일관했다.
다만 심 은행장은 "동일인이 문제가 된다면 주주간 계약서를 수정할 수 있다"고 말하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면서 심 은행장은 은산분리 완화를 추진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은산분리 원칙에 대해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니지만 금융산업에 보탬이 되고 효율적으로 사업을 하기 위해 읍소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 은행장과 함께 국감에 나왔던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도 "인터넷전문은행과 관련된 특별법을 만들어 은행 산업에 혁신을 일으키는 데 보탬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케이뱅크에 대한 의혹 제기에 대해 현행 은행법상 어쩔 수 없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행 은행법에서는 은행업 영위에 있어서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한도를 10%로 제한하고 있다. 이 같은 법규 내에서는 IT업체가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이 적어 IT를 기반으로 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유명무실해진다는 것이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콜옵션 계약을 체결한 것도 이 같은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인가 당시 국회에는 은산분리 완화를 내용으로 한 은행법 개정안이 논의 중이었는데 이를 대비해 주주들끼리 협의해서 만든 것뿐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