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지는 유통 기업 유리천장

유통가에 여풍이 불고 있다. 기존 남성 위주로 구성된 조직의 유리천장을 뚫고 고위직으로 진입하는 여성 인력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유통 업체들은 문재인 정부의 여성 일자리 확대 정책에 맞춰 앞다퉈 여성 인력 채용 비율을 늘리고 관련 복지도 강화하고 있다.
 
홈플러스 업계 최초 여성 사장 임명

홈플러스는 지난 13일 임일순 경영지원부문장(COO·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CEO)으로 선임했다.

새롭게 홈플러스의 대표이사를 맡은 임 CEO는 국내 대형 마트 업계를 포함한 유통 업계 최초의 여성 CEO다.

그동안 유통 업체들이 여성 임원을 확대하는 시도는 있었지만 CEO 자리에까지 오른 사례는 없었기 때문에 업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부문장급 임원 중 여성 비율은 약 38%다. 전무급 이상 고위 임원으로 범위를 좁히면 비율은 50%로 높아진다.

주목할 만한 점은 CEO뿐 아니라 대형 마트의 핵심으로 꼽히는 상품부문장과 기업 운영의 중심인 인사부문장 등 요직을 모두 여성이 맡고 있다는 것이다.

임 사장이 승진 전 맡은 직책도 기업 운영의 핵심 부서인 경영지원부문장이었다.

이 밖에도 홈플러스는 '대형 마트의 꽃'이라고 부르는 상품 부문 총괄 책임자 자리에도 여성 임원을 배치했다.
 

엄승희 홈플러스 상품부문장(부사장)은 1987년 미국 제조 업체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경력을 시작한 이후 30여 년간 글로벌 유통 업체에서 마케팅과 상품 관련 경험을 쌓은 유통전문가다. 2003년부터 최근까지는 월마트 미국 본사와 일본 지사에서 상품 부문 최고 임원으로 근무하며 많은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

홈플러스 운영의 핵심 부서 중 하나인 인사부문 책임자도 여성이다. 최영미 홈플러스 인사부문장(전무)은 홈플러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이끌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여성 임원들의 요직 배치는 대형 마트 고객의 상당수가 여성인 만큼 고객 입장에서 대형 마트를 바라보는 차별성을 가지기 위한 것"이라며 "홈플러스는 임원 선임에 성별을 가리지 않고 평등한 인사를 진행해 왔으며, 향후에도 이 같은 인사 방침을 이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현대 등 대기업도 여성 임원 확대

롯데·신세계·현대 등 유통 대기업들도 여성 임원 발탁에 적극적이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롯데그룹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9월 19일 여성임원 간담회를 주최한 자리에서 "이른 시일 내 여성 CEO를 배출하겠다"고 약속했다.

롯데는 여성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근무 환경 개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육아휴직 의무화와 기간 확대, 회사 내 어린이집 설치, 여성 간부 사원 30% 육성 추진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2년부터는 매년 여성 리더십 향상을 도모하고 관련 사내 전략을 논의·결정하는 '롯데 WOW(Way of Women) 포럼'을 열고 있다.

그 결과 2000년 3명에 불과했던 여성 임원은 현재 21명으로 5년 동안 7배가량 증가했다. 신입사원 중 여성 입사자 비율 역시 2000년 25%에서 지난해 40%로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현재 롯데그룹 전체 여성 인재 비율은 30%에 달한다.

현대백화점도 2012년 국내 백화점 최초로 여성 점장을 발탁하는 등 여성 임원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여직원 비중도 2012년 33.2%에서 2015년 43.6%, 2016년 43.8%로 매년 늘리고 있다. 현재 여성 임원은 13명에 이른다. 이대로라면 2020년 안에 '여성이 절반인 회사'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신세계그룹도 꾸준히 여성 복지 프로그램을 강화하며 여직원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마트는 기존 희망자에 한해 승인하던 임신기 2시간 단축 근무를 지난해부터 신청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임신부 직원에게 적용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여성의 생활 패턴을 고려해 자녀들을 걱정 없이 양육할 수 있도록 단축 근무제와 탄력 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문화' 기치를 전면에 내걸고 이윤주 상무보를 그룹 최고 재무 책임자(CFO)로 선임했다. 여성 CFO는 이랜드그룹 최초이며 패션·유통 업계에서도 드문 파격적인 인사다. 이랜드는 과장급 이상 임직원 중 여성 직원 비율이 45%에 달할 정도로 여성 직원 비중이 타 기업보다 높은 편이다.

유통 업계가 유리천장 깨기에 적극 나서는 것은 업계 특성상 여성 고객이 많고 소통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유통 업계 특성상 여성 고객 비중이 높아 이들을 잘 이해하는 여성 임원이 다른 업종보다 필요하다는 주장이 잇따랐다"며 "특히 섬세하고 부드러운 감성을 중시하는 백화점이나 마트 등의 업종은 여성 인력 채용 비율을 늘리고 관련 복지도 강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안민구 기자 an.mingu@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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