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식은 지난 4월7일 단행된 트레이드 때 SK를 떠나 KIA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SK에선 줄곧 이재원의 백업 포수였지만 KIA에선 단숨에 주전을 꿰찼다. 2015년 1군에 데뷔한 뒤 두 시즌 동안 111경기에 출전했지만, 올해 무려 137경기를 뛰었다. 타격 성적은 타율 0.222·4홈런·40타점으로 두드러지지 않다.
하지만 수비 비중이 높다. 도루저지율이 37.8%다. 강민호(롯데·30.4%)와 양의지(두산·32.1%) 등 국가대표 포수들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았다. 양현종(20승6패)·헥터 노에시(20승5패)와 줄곧 호흡을 맞추면서 두 선수의 동반 20승을 견인했다. 한 팀에서 20승 투수가 2명 나온 것은 1985년 김시진·김일융(당시 삼성) 이후 32년 만이었다. 김민식이 안방을 안정적으로 지켜주면서 KIA는 정규시즌 우승이라는 훈장을 달 수 있었다. SK로 이홍구와 이성우가 한 번에 이적하면서 생긴 공백을 효과적으로 막아줬다.
아직 그의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한국시리즈를 치러야 한다. SK 소속이었던 2015년 팀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올랐지만, 이재원과 정상호(현 LG) 그리고 허웅에 밀려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긴장과 기대가 교차하는 순간의 연속이다. 김민식은 "공격은 해줄 선수가 많다. 단기전에선 포수가 중요하고, 포커스는 수비"라며 공격보다는 수비에 중점을 두겠다고 전했다.
-한국시리즈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매일 정해진 스케줄대로 운동하는 중이다. 큰 문제는 없다. 진행되고 있는 포스트시즌을 매일 챙겨본다. 아직 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지금은 긴장보다 약간 설렘과 기대가 크다. 하지만 막상 경기를 뛰게 되면 긴장을 많이 할 것 같다."
-시즌 내내 타격 때문에 고민이 많았는데. "신경이 많이 쓰였다. 다들 잘 치는데 내 타석에서 맥이 끊기는 것 같더라. 하지만 우리 팀엔 잘 치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한국시리즈에선 수비에 치중할 생각이다."
-도루저지율(37.8%)이 40%를 육박했는데. "전반기(46.9%) 때는 기록이 좋았다. 하지만 후반기(20%)에는 뛰는 주자를 잡은 게 별로 없다. 전체 수치는 괜찮을지 몰라도 후반기만 보면 상황이 다르다. 차이가 크다."
-체력의 문제였을까. "주변에선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하지만 체력의 문제라는 핑계를 대고 싶지 않다. 체력이나 기술이나 모두 내가 해내야 하는 부분이다. 내년이나 내후년에도 비슷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겨내야 한다. 체력의 문제라고 말하는 건 핑계다."
-시즌 초 트레이드됐을 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포스트시즌이다. "솔직히 한국시리즈까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했으면 좋겠다는 막연함은 있었지만 나가서 내가 뛴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KIA 이적 후 첫해부터 한국시리즈를 뛸 것 같아서 일단 잘 하고 싶은 생각만 든다. 할 수 있는 부분은 수비기 때문에 공격에서 못 해주는 것을 수비에서 만회할 수 있게 하겠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예상외로 적극적인 주루가 많이 나오는데. "맞다. 큰 무대기 때문에 도루를 쉽게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TV로 보면 생각보다 많이 뛰더라. 두산이나 NC, 어느 팀이 올라와도 조심해야 하는 포인트다." -고향이 마산이라 NC와 한국시리즈를 붙으면 남다를 수 있겠다. "부모님이 사시는 곳이 마산구장에서 차로 5~10분 거리다. 개인적인 의미보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
-타격감이 상승 곡선을 그렸을 때 시즌이 끝났는데. "처음에는 자신감이 없었다.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시즌 막판에 조금씩 타구가 맞아 나가면서 자신감을 찾은 것 같다."
-선발이 보장되는 상황이 안정감을 주지 않나. "난 한 번도 내 출전이 보장돼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그래서 더 잘하고 싶다. 더 잘해야 하는데 왜 그 정도밖에 못할까 하는 자책을 하기도 했다."
-생애 첫 포스트시즌인데, 한국시리즈다. 부담은 없나. "내 포지션 자체가 단기전에서 중요한 위치다. 어떤 플레이 하나에 경기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인데 최대한 편안하게 해보려고 한다. 포커스는 수비다."
-주안점을 이야기하자면. "시즌 중 블로킹 미스가 좀 있었다. 막을 수 있는 것을 막지 못했다. 단기전에선 한 점이 중요하지 않나. 정규시즌이랑 다르기 때문에 그런 실수를 최소화해야 한다. 주변에서도 쉬운 거 계속 놓치면 습관이 된다고 말씀하신다. 할 수 있는 기본적인 것을 잘 해야 한다."
-양현종과 헥터의 20승을 만든 포수다. "받아보면 '왜 이 투수들이 좋은 투수고, 왜 이정도 성적을 냈는지' 알 수 있다. 팻 딘도 공은 좋은데 운이 부족했다. 빗맞은 안타가 많이 나왔고, 전체적으로 승운이 없는 것 같아서 아쉽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