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올해를 마지막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떠난다.
21일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폐막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 중 하나는 20여 년간 부국제를 이끈 김동호 이사장과 3년간 집행위원장으로 함께 한 강수연이 올해를 끝으로 '사퇴'를 결정, 이들을 부국제의 일원으로 볼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기 때문이다.
부국제를 향한 외부적 탄압은 내부적 갈등으로 이어졌다. 강수연은 지난 2015년부터 부국제 집행위원장으로 위촉돼 약 3년간 부국제를 이끌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내부 직원들과 불통·불신 논란에 휩싸였고, 이 같은 상황이 공표되면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사무국 전직원 일동은 공식 성명서를 통해 "사태의 해결을 위해 구원투수처럼 등장한 강수연 집행위원장에게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취임 후 영화제 대내외 운영에 소통 단절과 지나친 독단적 행보를 보였다.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폭로했다.
이에 강수연 부국제 집행위원장은 8일 "김동호 이사장과 나는 최근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부국제 위원장직에서 사퇴하기로 했다"며 "다만 어떠한 경우에도 영화제는 개최돼야 하기에 올해 영화제를 최선을 다해 개최한 다음, 10월 21일 폐막식을 마지막으로 영화제를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고인 물은 점점 썩어 들어갔지만, 결과적으로는 약속을 지킨 강수연 집행위원장이다. 끝이 정해져 있음에도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발로 뛰며 애썼다. 이에 따라 영화제가 치러지는 동안 곳곳에서 '강수연의 입김'을 확인할 수 있었다.
뉴커런츠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장선우 감독, 회고전 주인공 신성일을 비롯해 문소리·하지원 등 여배우들의 참석도 강수연에게 힘이 돼 주기 위함이었다. 현직 대통령 최초로 부국제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의 방문도 남다른 의미를 더한다.
이와 관련 한 여성 배우는 "내부 사정을 다 알 수는 없지만 강수연 위원장 입장에서는 내 편이 점점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을 것 같다.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여성이 리더 자리에 있을 때 많이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겠지만 힘들어 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전했다.
목소리를 높인 사무국 직원들도, 사퇴를 결정한 강수연도 모두 부국제를 애정하는 마음에서 영화제를 지키기 위해 보인 움직임이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폐막 기자회견 모더레이터로 나선다. 사실상 마지막 공식 일정이다. 이 자리에서 마지막 인사를 전할 예정. 과연 강수연에게 최악의 암흑기라 불렸던 지난 3년간의 부국제는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을지, 또 그녀가 전하는 마지막 인사는 어떨지 관심이 쏠린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