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은 세계 최고의 선수 '단 1명'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1991년 시작돼 2017년에 27번째 주인공이 탄생했다. FIFA는 지난 24일 영국 런던 팰러디엄에서 열린 '더 베스트 FIFA 풋볼 어워즈 시상식'에서 올해의 선수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2·레알 마드리드)를 선정했다.
2010년부터 프랑스 축구 매체 프랑스풋볼과 함께 'FIFA 발롱도르'로 시상하다 지난해부터 다시 올해의 선수상으로 독립해 수상하고 있다.
올해의 선수상을 보면 세계 축구 역사가 보인다. 그해 최고의 선수를 선정하면서 그 시대를 풍미했던 클럽·대표팀·축구 전술 그리고 세계 축구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역대 수상자를 보면 이해가 쉽다.
최근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30·바르셀로나)가 올해의 선수상을 양분했다. 더 과거로 가면 마르코 판 바스턴(53)·호나우두(41)·지네딘 지단(45)·호나우지뉴(37) 등 '세기의 스타들'이 이 상을 수상했다.
역사는 언제나 1등만 기억한다.
하지만 1인자에 밀려 아쉽게 2위로 밀려난 선수도 있다. 세계 축구에 선사한 환희와 영향력은 엄청났지만 올해의 선수상은 수상하지 못한 '세기의 2인자들'이 존재한다. 세계 축구팬들은 그들도 기억하고 있다.
◇흐리스토 스토이치코프 1992년과 1994년 두 번이나 올해의 선수상 2위에 그친 흐리스토 스토이치코프( 51)가 대표적인 선수다.
그는 불가리아 축구의 전설이다. 1994 미국월드컵에서 6골을 넣으며 득점왕에 올랐다. 그리고 불가리아를 4강에 올려놨다. 스페인 '명가' 바르셀로나에서 전성기를 보냈고, '총잡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탁월한 골 감각을 과시했다.
그는 1994년 발롱도르 영광을 품었지만 끝내 올해의 선수상은 수상하지 못했다. 1992년 수상자는 네덜란드 축구의 전설 판 바스턴이었고, 1994년에는 미국월드컵 우승을 이끈 브라질의 호마리우(51)에 밀렸다.
◇파올로 말디니 1995년에는 파올로 말디니(49)가 2위에 그쳤다.
이탈리아 빗장수비의 중심이자 이탈리에 세리에 A 명가인 AC 밀란의 전설이다. 모두가 인정하는 세계 최고의 수비수였다.
이런 그를 2위로 밀어낸 1인자는 조지 웨아(51)였다. 라이베리아 출신인 웨아는 20세기 아프리카 선수로 꼽히는 공격수였다. 웨아는 유럽과 남미 국적이 아닌 올해의 선수상 최초의 수상자로 이름을 남겼다.
◇호베르투 카를루스 1997년에는 세계 축구 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왼쪽 풀백이라는 호베르투 카를루스(44)가 2인자가 됐다.
세계 최강 브라질의 핵심 선수이자 레알 마드리드의 황금기 멤버였다. 월드컵에서 우승했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도 3번이나 정상을 차지했다. 이런 그를 넘고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이는 '황제' 호나우두였다.
◇데이비드 베컴 프리킥의 마술사이자 잉글랜드 축구의 전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상징인 데이비드 베컴(42)도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하지 못했다.
베컴은 1999년과 2001년 두 번이나 2위에 머물렀다. 1999년에는 맨유에서 잉글랜드 클럽 사상 첫 트레블(리그·FA컵·UCL)을 달성했지만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1999년 수상자는 히바우두(45)였고, 2001년 1위는 루이스 피구(45)였다.
◇올리버 칸 2002 한일월드컵에서 거미손으로 활약하며 환상적인 선방쇼를 선보인 골키퍼 올리버 칸(48)도 2인자 문턱을 넘지 못했다.
독일 최강 바이에른 뮌헨의 전설인 칸은 2002 월드컵에서 약체로 평가받던 독일을 결승까지 올려놓았다.
하지만 준우승의 한계를 극복해 내지 못했다. 2002 월드컵에서 득점왕(8골)과 동시에 브라질 우승을 이끈 호나우두에게 1인자 자리를 내줘야 했다. 호나우두는 2002 월드컵 결승전에서 칸을 상대로 2골을 터뜨리며 2002년 올해의 선수상 경쟁에서 칸을 밀어냈다.
◇티에리 앙리 '킹' 티에리 앙리(40) 역시 2003년과 2004년 2년 연속 2위에 머물렀다.
프랑스의 간판 공격수이자 아스널의 상징 그리고 바르셀로나를 UCL 정상으로 이끈 앙리다. 이런 그의 올해의 선수상을 막은 자는 누구였을까. 이름을 들으면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2003년에는 지단이었고, 2004년에는 호나우지뉴였다. 2005년에도 호나우지뉴는 첼시의 심장 프랭크 램파드(39)를 2위로 밀어내고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2008년부터는 호날두와 메시의 시대가 열린다. 두 선수가 1위와 2위를 양분했다.
이런 흐름 속에 2010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위는 메시였다. 그런데 2위는 호날두가 아니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이어지는 동안 단 한 번의 예외였다.
2위 주인공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33·바르셀로나)다. 바르셀로나 황금기와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스페인의 첫 월드컵 우승을 이끈 스페인 축구의 아이콘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니에스타에게 한 번은 올해의 선수상을 수여했어야 옳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