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FA(프리에이전트)를 잘 데려오는 것만큼이나 보상선수를 잘 뽑는 것도 중요해졌다. KIA 임기영(23)이 보상선수의 가치를 높인 덕분이다.
임기영은 2014년 말 FA 송은범의 보상 선수로 한화에서 이적했다. KIA가 2년의 공백을 감수하고 군입대를 앞둔 임기영을 찍었다. 임기영은 KIA 유니폼을 입자마자 상무에 입대해 2년을 보냈다. 사실상 올해가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은 첫 시즌이다.
FA 제도가 처음 도입된 1999년 이후 40명 가까운 선수가 보상선수로 지명돼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모두 20인 보호선수 외 전력이라 크게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임기영은 드물게 나온 성공 사례 가운데서도 최고의 '대박'이다. 팀은 복덩이를 얻었고 임기영은 복을 받았다.
임기영은 5선발 후보로 시즌을 출발했다. 시즌 첫 경기에선 마지막 1이닝을 책임지러 나갔다가 홈런도 하나 맞았다. 그러나 선발 테스트를 위해 마운드에 오른 4월 6일 광주 SK전에서 팀을 놀라게 했다. 6이닝 4피안타 무4사구 1실점. 그 다음 등판인 4월 12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5이닝 3실점(1자책)으로 잘 던졌다.
그 다음 경기에선 더 큰 '사고'를 쳤다. 4월 18일 수원 kt전에서 9이닝을 7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막고 데뷔 첫 완봉승을 올렸다. 한 달 반 후인 6월 7일 광주 한화전도 다시 9이닝 5피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끝냈다. 시즌 두 번째 완봉승이었다. 원투 펀치인 헥터 노에시나 양현종과 비교해도 뒤질 게 없는 활약이었다.
다만 한창 승승장구하던 시기에 폐렴이 찾아왔다. 임기영은 "처음에는 단순히 감기라고 생각했는데, 기침이 낫지 않아 병원에 갔다가 폐렴이라는 진단을 받았다"며 "금방 퇴원할 줄 알고 입원을 했는데 생각보다 더 회복 시간이 오래 걸렸다. 복귀도 계속 늦어졌다"고 했다. 병이 나은 뒤에는 실전용 몸을 만드느라 또 시간이 흘렀다. 전반기 종료 직전에야 팀에 돌아왔다.
복귀 후 성적은 예전만 못했다. 전반기 7승 3패 평균자책점 2.45을 기록한 투수가 후반기엔 7경기서 1승 3패 평균자책점 7.12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한계가 왔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즌을 풀타임으로 소화하는 게 처음이라 체력적 한계에도 부딪혔다.
그러나 KIA는 임기영을 믿었다. 한국시리즈 4차전 선발 투수로 점찍었다. 시리즈의 분수령이 될 경기에 임기영을 내보냈다. 결과는 최고. 임기영은 생애 첫 포스트시즌 등판에서 5⅔이닝 6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으로 두산 타선을 막고 5-1 승리를 뒷받침했다. 팀에 한국시리즈 3승 째를 안기는 귀중한 호투를 했다.
두산은 임기영이 한화 소속이던 2013년 5월 17일 대전구장에서 프로 입단 2년 만의 첫 승리를 안긴 팀이다. 이번엔 가을에 두산을 상대로 데뷔 후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냈다. 임기영은 그렇게 팀의 '미래'가 아닌 '현재'로 우뚝 섰다. FA 보상선수의 설움도 훌훌 날려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