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이 '리딩뱅크' 굳히기에 들어갔다. 분기별 실적으로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신한금융을 제쳤다. 분기 누적 실적으로는 처음으로 신한금융을 눌렀다. 증권과 손해보험사 등을 새롭게 계열사로 들이며 몸집을 불린 것이 주된 요인이었다. 2009년 이후 8년간 리딩뱅크 자리를 지켰던 신한금융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KB금융, 처음으로 누적 실적서 신한 제쳐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의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7064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1627억원)보다 25.1% 증가했다. 3분기만 놓고 봤을 때도 817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15.5% 늘었다.
이 같은 호실적에도 신한금융은 KB금융에 리딩뱅크 자리를 내줬다.
KB금융은 올 3분기 누적으로 2조757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1조6898억원)보다 63.2% 급증한 수치다.
누적 실적에서 KB금융이 신한금융을 제친 것은 지난 2012년 은행권에서 IFRS 회계기준을 도입한 이후 처음이다. KB금융은 지난 2분기에 이어 올 3분기에도 신한금융을 제치면서 누적 실적으로는 처음으로 신한금융을 누르게 된 것이다.
3분기만 놓고 봤을 때 신한금융의 당기순이익은 8173억원으로 같은 기간 KB금융의 8975억원보다 802억원이 뒤처졌다.
지난 2분기에 KB금융의 당기순이익은 9901억원으로 신한금융(8920억원)보다 891억원 앞섰다. KB금융이 개별 분기 기준으로 신한금융의 실적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15년 1분기 이후 약 2년 만이다.
금융지주사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은행 실적도 KB금융이 앞섰다.
신한은행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6959억원으로, KB국민은행의 1조8413억원보다 1454억원 뒤떨어졌다. 3분기 개별 기준으로도 신한은행은 5916억원, KB국민은행은 6321억원으로 모두 KB국민은행이 좋은 실적을 냈다.
KB금융이 신한금융을 앞설 수 있었던 것은 비은행권 수익이 커졌기 때문이다.
KB금융은 지난 4월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을 100% 자회사로 편입했으며 2분기부터 이들 실적이 반영되기 시작했다. 또 지난해 현대증권을 인수하면서 기존 KB투자증권과 합병하며 탄생한 KB증권 덕분에 증권업수수료도 크게 증가했다.
실제로 KB금융의 당기순이익에서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늘고 있다. 지난 2014년 27.6%였던 비은행 부문 비중은 2015년 32.3%, 2016년 27%였다가 올 3분기에 33.8%로 전년보다 6.8%포인트 늘었다.
KB금융 관계자는 "KB금융은 다른 금융사에 비해 계열사별 포트폴리오가 잘 짜여 있다"며 "KB증권과 KB손해보험 등 각종 인수합병을 추진하면서 실적이 좋게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발 동동 신한금융, 비은행권 인수 빨라지나
신한금융이 리딩뱅크 자리를 뺏기면서 비은행권 인수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의 비은행권 실적이 나쁜 것은 아니다. 올 3분기 누적으로 비은행권 당기순이익은 1조1381억원으로 전체 당기순이익 가운데 비중이 39.9%다. KB금융이 올 3분기까지 9164억원의 실적을 낸 것보다 많지만 업계에서는 비은행 부문도 곧 KB금융이 제칠 것으로 점치고 있다.
KB금융이 발 빠르게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것과 달리 신한금융은 별다른 실적이 없다. 대표적으로 신한금융은 현재 손해보험사(손보사)를 갖고 있지 않다. KB금융은 지난 2014년 업계 4위인 LIG손해보험을 인수하면서 지난 2분기부터 100% 연결 실적에 손보사의 실적이 반영되고 있다.
위기의식을 느낀 탓인지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은 최근에야 인수합병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지난 9월 창립 16주년 기념식에서 "새 시장과 성장 동력을 얻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시장을 예의 주시하며 기회가 생길 때마다 인수합병을 비롯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에 조 회장은 인수합병에 관심이 없다고 밝혔지만 입장을 바꾼 것이다.
위성호 신한은행장도 대기업 금융사 인수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위 행장은 최근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일부 대기업 계열 금융사가 매물로 나오면 (금융지주사가)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체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KB금융이 현대증권이나 LIG손보 등을 인수해 온 성과가 이제 나타나고 있다"며 "현재 민영화에 들어간 우리은행도 지주사 전환을 위해 비은행권 계열사를 들여오고 싶어 한다. 금융 내에서 은행의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어려운 만큼 금융사들의 비은행 인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