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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농민가수' 루시드폴 "한국농업의 희망? 아직은 미약해"


'농민가수' 루시드폴은 올해 마음의 곳간을 두둑히 채웠다. 지난 10월 30일 자정에 2
년 준비한 정규8집 앨범 '모든 삶은, 작고 크다'를 발매하고 에세이를 통해 자신의
제주생활을 들려줬다. 감귤 농사는 4년만에 무농약 인증을 받는 뜻깊은 성과를 냈다.
양배추 포장일로 첫 밭농사를 시작했던 초보농사꾼에서 한국 농업의 미래를 밝힐 든
든한 농업인으로 인증을 받았다.

투잡을 뛰는 그에게 '어떤 직업이 좋아?'라는 짖궂은 질문을 던졌다. "두 직업 모두
끝까지 하고 싶다"며 "나같은 뮤지션은 농부와 같다. 1년 농사 달력이 있듯, 음악작
업도 나만의 달력이 있다"며 '농민가수' 타이틀에 딱 어울리는 답변을 내놓았다.

루시드폴이 하는 음악 또한 자연친화적이다. 직접 만든 나무 녹음스튜디오에서 녹음
해 바람소리, 새 소리, 빗소리 등 자연스러운 울림이 담겼다. 루시드폴은 "농사하면
서 음악스타일 바뀐 건지, 내가 내 스스로를 잘 알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 어떤 사람
들은 소리를 만들어내는 걸 좋아하는데 나는 최대한 그대로 담긴 음악을 좋아한다.
자연에서 나는 소리처럼 내 음악도 귀를 거슬리게 하지 않는 음악이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감귤농장 무농약 인증을 축하한다.
"유기농 전환 중인 무농약 인증을 받았다. 1980년대부터 유기농을 하신 농사 선생님
밑에서 배웠다. 농사 선생님의 퇴비 레시피를 받아 내가 업그레이드 시켰다. 9~10집
앨범 사이엔 유기농 인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어떤 레시피인가.
"요즘 가정에서도 많이 쓰는 EM(유용한 미생물군)을 기본으로 한다. 여기에 칼슘 퇴
비를 직접 만들었다. 농사 선생니은 목초액이나 구연산을 쓰라고 하셨는데 나는 현미
식초를 쓴다. 산도를 찾아보니 현미식초 PH가 더 낮아서 화학반응이 더 잘 일어나겠
더라. 선생님이 주신 레시피는 산도가 낮다."

-한국 농업의 미래가 밝다는 느낌이다.
"나도 그랬으면 하는데 아직 미약하다. 개인저으론 유기농 비료 광고가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해는 귤은 없고 에세이로 나왔다.
"올초부터 귤과 같이 판매해보려고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5월이 되니
귤 수확량이 충분하지 않을 것 같았다. 지난해 귤이 풍년이어서 그런지, 귤꽃이 너무
안 피더라."

-농업과 음악작업을 병행하며 굉장히 바빴을 것 같다.
"올해 2월 녹음실을 새로 만들면서 3월부터 본격적인 앨범작업을 했다. 아침에 일어
나 글쓰고 녹음하고 믹싱하고, 농사 일을 돕다가 다시 돌아와 글 교정을 하고 정신없
이 보냈다. 또 안테나 공연도 함께 준비하느라 서울도 왔다갔다하고 미국 공연까지
다녀왔다."

-녹음 스튜디오를 만든 이유가 있나.
"앨범 하나가 끝나면 그 다음부턴 다음 앨범을 바로 준비한다. 물론 곡을 직접 쓰거
나 하는 건 아니고 이것 저것 쌓아두는 시간을 보내는데 그러면서 나만의 녹음실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가는 아니라서, 창고 겸 작은 녹음실로 원하는
스타일대로 만들었다. 원래 스튜디오엔 울림이 없는데 나는 자연스러운 울림이 있었
으면 해서 나무로 지었다."

-녹음은 만족했나.
"뮤직비디오에도 만드는 장면이 나오는데, 거창한 공간은 아니고 8평 수준의 녹음실
이다. 완성해서 불러보니 좋았다. 결과물이 만족스러웠다."

황지영기자 hwang.jeeyoung@jtbc.co.kr
사진=안테나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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