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인터뷰②] 루시드폴이 사랑하는 세 가지 #가족 #음악 #지금
'농민가수' 루시드폴은 올해 마음의 곳간을 두둑히 채웠다. 지난 10월 30일 자정에 2
년 준비한 정규8집 앨범 '모든 삶은, 작고 크다'를 발매하고 에세이를 통해 자신의
제주생활을 들려줬다. 감귤 농사는 4년만에 무농약 인증을 받는 뜻깊은 성과를 냈다.
양배추 포장일로 첫 밭농사를 시작했던 초보농사꾼에서 한국 농업의 미래를 밝힐 든
든한 농업인으로 인증을 받았다.
투잡을 뛰는 그에게 '어떤 직업이 좋아?'라는 짖궂은 질문을 던졌다. "두 직업 모두
끝까지 하고 싶다"며 "나같은 뮤지션은 농부와 같다. 1년 농사 달력이 있듯, 음악작
업도 나만의 달력이 있다"며 '농민가수' 타이틀에 딱 어울리는 답변을 내놓았다.
루시드폴이 하는 음악 또한 자연친화적이다. 직접 만든 나무 녹음스튜디오에서 녹음
해 바람소리, 새 소리, 빗소리 등 자연스러운 울림이 담겼다. 루시드폴은 "농사하면
서 음악스타일 바뀐 건지, 내가 내 스스로를 잘 알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 어떤 사람
들은 소리를 만들어내는 걸 좋아하는데 나는 최대한 그대로 담긴 음악을 좋아한다.
자연에서 나는 소리처럼 내 음악도 귀를 거슬리게 하지 않는 음악이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좋아하는 세 가지는 뭔가."아내, 음악..강아지도 있고 굉장히 많은데 가족으로 묶어 다시 답하겠다. 가족, 음
악, 지금. 지금이 정말 좋다. 내가 살아가는 지금을 정말 사랑한다."
-아내 자랑도 해달라."많은 도움을 받는다. 이번 작업물에도 내가 찍은 사진이 있고 또 내가 나온 사진이
있는데, 내가 나온 사진은 아내가 찍어줬다. 또 다른 내가 되어서 도움을 주는 존재
이기도 하다. 모든 면에서 감사하다."
-타이틀곡 '안녕'을 통해 근황을 자세히 담았던데."사실 타이틀곡이 될 줄은 몰랐다. 그냥 인트로 느낌으로, 내 안부 편지를 쓴다고 생
각하고 만들었다. 일반적인 대중가수라면 팬들만 관심있는 내용을 타이틀로 하진 않
았을 테지만, 에세이와 사진 등 내 창작물을 모아서 내는 앨범이니까 '안녕'을 최종
타이틀곡으로 정했다."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대학원 때만해도 전형적 야행성이었다. 처음에 유학갔을 때 오전 11시 이전에 내가
실험실에 있으면 교수님이 놀랄 정도였다. 제주에 오고 나선 굉장히 일찍 잔다. 오후
7시 30분이면 잠자리에 들고 늦어도 10시는 넘기지 않는다. 여름엔 오전 4시에 일어
나고, 겨울엔 5시 정도에 깬다."
-원고지로 가사를 쓰고 에세이를 작업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목디스크가 심해서 컴퓨터 앞에서 오래 글을 쓸 자신이 없었다. 중학교 이후 처음으
로 원고지를 사서 팬이 선물한 만년필을 꺼내 들었다. 나도 컴퓨터가 익숙한 사람이
라 될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써지고 좋았다. 목도 아프지 않았다. 다만 내 글씨
를 못알아보시면 다시 가필해 보내야 했다."
-이번 앨범의 포인트는."미선이는 내 첫 인간으로서의 앨범이었고 루시드폴은 솔로 1집이었다. 4집은 전업
뮤지션으로서의 첫 앨범이었고, 6집은 프로듀서로의 첫 도전이었다. 이번 8집은 엔지
니어로서의 첫 앨범이다. 직접 해보면서 느끼는 것들이 많다. 앨범을 꽤 냈지만 아직
도 알아야할 것들이 많다. 앞으로 나에게 숙제가 계속 주어질 것 같다."
-직접 모든 것을 한다는 의미가 있을 것 같다."아내랑 나는 '우리가 농사를 지어보지 않았으면 우리가 매일 먹는 농산물이 어디서
어떻게 왔다는 것을 머리로만 알지, 우리 몸은 못 느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실제로
우리 부부는 정말 음식물을 남기지 않는다. 남는게 있다면 생태화장실에 두고 거름으
로 쓴다. 완전하지 않아도 직접 하면서 알아가는 게 있다."
황지영기자
hwang.jeeyoung@jtbc.co.kr사진=안테나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