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게임개발자 황은빛(29)씨는 최근 프로복서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달 28일 경기도 포천의 한 복싱클럽에서 열린 '한국타이틀 도전자 결정전 및 복싱M 4라운드 퍼레이드'에서 다른 여자 프로복서와 맞붙었다. 한 라운드당 4분씩 4라운드를 뛰었는데 얼굴이며 배면 골고루 맞았다. 그래도 상대보다 덜 맞아 심판진 만장일치(3-0) 판정승을 거뒀다. 지난 5월 프로복서 자격을 확득한 이후 올린 첫 승이다.
게임 개발만 하던 황씨가 프로복서가 된 것은 다이어트 때문이다. 업무 특성상 하루종일 앉아 있어야 해 불어나는 살에 대한 고민이 커진 것. 그래서 회사 앞 복싱 체육관을 찾아 운동을 시작했다.
황씨는 몇 개월이 지난 후 같이 운동하던 체육관 회원들이 직장 동료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그는 동료들과 의기투합해 회사 내에 '솜방망이'라는 이름으로 복싱동호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일반인 대회에도 참가하는 등 본격적으로 복싱을 취미로 즐겼다.
그러다가 체육관 관장의 눈에 띄었다. 프로복서에 도전해보라는 것이었다. 자격을 따는 건 어려운 게 아니었다. 얼굴까지 보호장비를 다 착용하고 한 라운드당 3분씩 2라운드를 소화하면 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반인 대회에서 갈고 닦은 실력도 있었다.
황씨는 프로복서 자격을 획득하고 연이어 정식 대회까지 도전했다. 관장이 잡아온 대회까지 남은 기간은 2개월이었다. 황씨는 매일 오전 6시에 기상해 1~2시간 체육을 키우는 훈련을 하고 퇴근하고서는 복싱 기술 및 움직임 등에 대한 훈련을 1시30분~2시간 가량 했다. 이같은 맹훈련 덕에 데뷔전에서 승리했다.
황씨는 "회사가 동호회 활동을 권장하는 분위기여서 프로복서까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개발이 머리를 쓰는 일이다보니 생각할 것도 많아 머리가 아프다"며 "근데 복싱을 하면서 맞고 구르다보니 정신적으로 힘든 게 없어졌다. 또 체력이 늘어서 업무 집중력도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황씨는 회사가 직원의 취미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것에 대해서 "내가 행복해야 즐겁게 오래 일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지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