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분이 주어져도 미친 듯이 뛸 겁니다. 그라운드 위에서 물불 가리지 않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 주고 싶어요."
최근 제주 서귀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창민(24·제주 유나이티드)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기회만 주어지면 사력을 다해 뛰겠다는 표정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오른 한국은 10일 콜롬비아(수원), 14일 세르비아(울산)와 차례로 평가전을 치른다. 2연전을 앞두고 '새 얼굴 찾기'에 나선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은 난세의 영웅이 될 만한 자질을 갖춘 신예를 여럿 발탁했다. 그중 이창민은 새로운 '히어로'가 될 자질이 돋보인다. 올 시즌 제주의 7년 만의 준우승을 이끈 간판스타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는 그는 정규 리그 25경기에서 4골 3도움을 기록 중이다.
대표팀 승선은 두 번째다. 그는 울리 슈틸리케(독일) 전 감독이 이끌던 지난 6월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시리아·카타르 2연전을 통해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러나 당시엔 벤치만 지키다가 돌아왔다. 그사이 대표팀 사령탑도 바뀌었다. 이창민은 "지난 번에 데뷔전을 치르지 못했고, 신태용 감독님이 새로 오셨으니 처음 발탁된 거나 다름없다"며 웃었다.
이창민은 일명 '신태용의 아이들'이다. 그는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신태용 당시 올림픽 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고 권창훈(수원 삼성) 정승현(울산 현대) 등과 함께 주축 멤버로 활약했다.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한 이창민은 신 감독과 함께 16강 진출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래서일까. 경기력 부진으로 위기를 맞은 신 감독은 콜롬비아·세르비아 평가전을 앞두고 '이창민 카드'를 꺼내 들었다. 신 감독은 "많이 뛰는 선수다. 역습이나 오픈 공격에 나갈 때 장점이 있다"며 "이번 기회에 대표팀 중심에 있는 선수들과 어느 정도 손발을 맞출 수 있을지 보고 싶어서 뽑았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창민은 "신 감독님의 스타일을 알고 있으니, 원하시는 점을 빨리 파악해 훈련과 경기 중에 보여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도 "'신태용의 아이들'로 불리는 만큼 감독님께 죄송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제주 동료들 사이에서 '축구 또라이'로 통한다. 무슨 일이든 "이만하면 됐다"고 말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잠 많던 고교 시절에 새벽 개인 운동을 하루도 거른 적이 없다. 청소년 대표팀에서 반드시 주전을 차지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졸린 눈을 비비면서도 볼을 찼다. 이때 생긴 습관이 성인이 된 지금까지 이어졌다. 지금도 팀에서 가장 늦게까지 남아 개인 운동을 한다. 팀 동료인 권순형은 "(이)창민이는 헬스장에서 산다. 언제든 가면 볼 수 있다"며 "그럴 때면 동료들이 '쟤 또 시작됐다. 또라이 모드 시작됐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트레이드마크인 강력한 중거리슛은 이런 근성으로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그는 이번 시즌에 감바 오사카(일본)와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을 시작으로 리그 등 여러 경기에서 중거리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이창민은 "축구를 잘하기 위해서 하는 일이라면, 눈이 돌아갈 만큼 더 강한 승부욕을 보인다. 아무리 힘든 훈련을 해도 체력 운동으로 마무리한다"면서 "형들이 지나가면서 '저 축구 또라이 진짜 독하다'고 농담한다. 오히려 그 말에 희열을 느껴 조금이라도 더 하게 된다"고 했다.
신태용호의 일원이 된 이창민의 목표는 데뷔전을 치르는 것이다. 그는 "태극마크는 모든 선수들의 최종 꿈이다. 기대도 되지만, 걱정과 중압감도 있다"면서 "비록 콜롬비아와 세르비아가 강하고 세계적인 선수들이 있지만, 그라운드를 밟고 싶다. 몇 분이든 정말 간절하게 뛸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인터뷰를 마칠 때쯤 그는 대뜸 말했다.
"진짜 태극마크에 모든 것을 걸어 보려고요. 대표팀에서도 '축구 또라이' 타이틀을 얻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