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갈등'으로 울상이던 한국 유통 업계가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군제(독신자의 날, 11월 11일)' 특수에 활짝 웃었다. 한중 정부가 사드 갈등을 봉합하기로 한 가운데 맞은 광군제에서 한국 업체들이 쏠쏠한 재미를 봤다.
올해 광군제는 작년보다 열기가 더욱 뜨거웠다. '알리바바'는 광군제 행사가 진행된 11일부터 24시간 동안 매출액이 1682억 위안(약 28조307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07억 위안보다 39.3% 늘어난 규모로 당초 예상치를 웃돌았다.
한국은 이번 광군제에 일본·미국·호주·독일에 이어 다섯 번째로 판매 상위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보다 두 단계 떨어진 수치지만, 사드로 경색된 한중 관계를 고려할 때 선전했다는 평가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이랜드그룹이 가장 선전했다. 중국 법인 이랜드차이나는 11일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티몰'에서 4억5600만 위안(약 767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면서 국내 기업 가운데 1위에 올랐다. 이는 지난해 같은 날 매출(563억원)보다 39%나 증가한 수치다. 이미 지난달 20일에 사전 판매로 194억원의 매출을 확보한 이랜드는 프리치·스코필드·포인토 등 자체 브랜드를 앞세워 광군제 당일 오전 10시를 기점으로 지난해 매출을 뛰어넘었다.
스코필드 트렌치코트와 포인포 아동 다운파카는 1시간 만에 완판됐으며 이랜드의 모직 더플코트 역시 24억원(1만1000장)가량 팔며 여전한 인기를 과시했다.
이랜드차이나 관계자는 "중국 진출 21년째인 이랜드가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물류 담당 인원을 평소보다 20배 늘려 사흘 안에 100만 건의 배송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드 보복'으로 주춤했던 한국 화장품 업계도 특수를 누렸다. LG생활건강은 11일 하루 동안 티몰에서 전년 대비 68% 성장한 매출을 기록했다. 이번에도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후'와 '숨'이 효자 노릇을 했다. 후는 티몰에서 지난해 같은 날보다 54%, 숨은 112% 매출이 신장했다.
특히 후의 '수연 2종'과 '인양 2종'은 11일 행사 시작 이후 1시간23분 만에 100만 위안(약 1억7000만원)어치를 돌파하면서 지난해 광군제보다 500%나 성장했다.
숨의 매출 1위 상품인 '타임에너지 세트'는 지난해 판매량보다 220%가량 늘어난 1만7000여 세트를 팔았다. 한방 헤어 제품인 '리엔 윤고'는 티몰에서만 16만1000개를 판매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1초당 1.9개씩 판매된 셈이라는 것이 LG생활건강 측의 설명이다.
국내 업계 1위 아모레퍼시픽은 광군제 당일 티몰에서 약 3억8700만 위안(약 65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대비 53% 성장했다. 대표 럭셔리 브랜드 '설화수'의 '윤조에센스'가 스킨 세트 판매 톱 1위를 지켰고, 또 다른 대표 브랜드 '라네즈'의 '슬리핑 마스크팩' 역시 프리미엄 마스크팩 라인에서 판매 1위를 기록했다.
국내 온라인 쇼핑 업계도 광군제 덕분에 활짝 웃었다. 11번가는 11일 하루 거래액만 640억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37% 증가한 성과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G마켓 '글로벌샵'은 광군제 기간 매출이 지난해보다 106% 신장하며 광군제 효과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