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대표팀 감독은 일본전 투수 운용에 총력전을 예고했다. 키플레이어는 구창모(20)다. 선발만큼 무거운 임무를 맡았다.
당초 구창모를 향한 기대는 높지 않았다. 좌완투수라는 이점이 있지만 포스트시즌에 나선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6.36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선 감독은 다른 좌완 함덕주에게 더 많은 기대를 걸었다. 정규시즌에는 선발, 포스트시즌은 불펜으로 나선 경험을 높이 샀다. "선발투수가 무너져도 두 번째 투수가 잘 막아주면 역전과 승리 발판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하며 함덕주를 그 자리에 내세우겠다는 공언도 했다.
그러나 함덕주의 컨디션은 훈련기간 내내 좋지 않았다. 코치진에서도 "포스트시즌을 치른 탓에 피로감이 가시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선동열 감독도 "백스윙이 다소 커졌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구창모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구위와 제구력뿐 아니라 실전 감각도 대표팀 투수진 가운데 가장 좋다는 평가다. 10일 넥센과의 연습경기에선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고, 12일엔 경찰야구단 수비의 투수로 올라 대표팀 타선을 3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선발 후보 박세웅과 김대현의 컨디션도 좋지 않다. 구창모는 정규시즌 동안 25번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선발 등판 가능성도 제기됐다.
선동열 감독의 투수 운용 전략에도 변화가 생겼다. 구창모를 선발로 돌릴 생각은 없다. 선발투수가 빨리 무너져도 불펜투수들을 두루 동원해 남은 이닝을 막아낼 계획이다. 대신 구창모는 이전부터 비중을 뒀던 두 번째 투수로 내세운다. 선 감독은 "훈련기간 동안에는 변화구 제구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실전을 통해 영점을 잡았다. 심리적으로도 배포가 보이는 투수다. 비중 있는 역할로 내보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역대 한일전을 돌아보면 좌투수가 좋은 역할을 해왔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은 구대성,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김광현,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선 봉중근이 돋보였다. 구창모도 140km 대 중반이 찍히는 빠른 공에 슬라이더, 커브 등 변화구를 두루 던지는 투수다. 차세대 '일본 킬러'로 부상할 수 있는 자질을 갖췄다.
구창모도 자신감이 있다. "실전 경기를 거듭할수록 내가 원하는 공에 다가서고 있다. 공인구도 손에 익고 있다. 대표팀에 간다고 하니까 일본을 상대로는 '가위바위보조차 패하지 말라'는 말도 들었다. 어떤 경기, 어떤 상황에 나서도 잘 던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