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54) 전임 감독이 이끄는 2017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대표팀이 14일 대회 장소인 일본 도쿄에 입성했다. 결전의 시간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24세 이하 혹은 프로 3년차 이하 선수들로 구성된 젊은 국가대표들은 입을 모아 대회를 앞둔 긴장과 설렘을 동시에 드러냈다. 선 감독은 도쿄에 도착해 "이제는 더 이상 훈련할 시간이 없다. 컨디션 관리를 잘 해서 실전에서 보여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첫 판부터 빅매치다. 한국과 일본이 16일 대회 첫 경기부터 맞붙는다. 양 팀 선발 투수는 미정. 정확히 말하면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선동열 감독은 "박세웅(롯데) 임기영(KIA) 장현식(NC) 김대현(LG) 가운데 한 명"이라고 일찌감치 후보를 좁혀놨다. 다만 어느 투수를 일본전에 가장 먼저 내세울 지는 밝히지 않았다. 국내 평가전과 합동 훈련을 모두 끝낸 13일에도 "일본전에 나갈 선발 투수를 정했지만 좀 더 컨디션을 살핀 뒤 경기에 앞서 공개하겠다"고 감췄다. 14일 출국 인터뷰에서도 "일본전 선발 질문은 더 이상 하지 말아 달라"며 웃었다.
이유가 있다. 일본 대표팀을 지휘하는 이나바 아쓰노리 감독 역시 한국전 선발 투수를 함구하고 있다. "가장 좋은 투수를 한국전에 넣는다"는 원칙만 공개했을 뿐, "선발 투수는 정해져 있지만 말하지 않겠다. 한국도 공개하지 않았으니 우리도 끝까지 숨기고 싶다"고 했다. 한국을 향한 경계심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선 감독도 미리 패를 보여줄 이유가 없다.
오리무중이다. 당초 한국은 박세웅, 일본은 야부타 가즈키(히로시마)가 가장 유력한 한일전 선발 후보로 여겨졌다. 박세웅은 올해 전반기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를 정도로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올해 15승을 올린 야부타는 시속 150㎞ 강속구를 던지는 왼손 투수다. 그러나 두 투수 모두 대표팀 평가전에서 부진했다. 선동열 감독은 "박세웅이 볼카운트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한다. 자꾸 불리하게 카운트에 몰리다 볼넷을 내준다"고 걱정했다. 야부타가 한일전에 등판할 것이라 확신하던 일본 언론도 조심스럽게 이마나가 쇼타(요코하마)를 또 다른 후보로 제시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한국과 일본 모두 선발 투수 한 명에게 모든 짐을 지울 생각은 없다. 선발 투수가 긴 이닝을 호투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그렇지 못하면 불펜을 5회 이전에 가동해서라도 승리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양국 자존심이 걸린 경기인 만큼 컨디션 좋은 투수를 총동원해 맞설 작정이다. 선 감독과 이나바 감독 모두 "한일전은 전통적으로 점수가 많이 나지 않았다. 투수들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도 선발 투수 '선공개'는 두 팀 모두 원하지 않는다. 그만큼 두 감독이 한일전 투수 운용 계획을 놓고 마지막 순간까지 장고를 거듭한다는 의미도 된다. 한국은 한일전 하루 전인 15일 도쿄돔에서 일본에 이어 오후 4시부터 훈련을 한다. 대회에 출전하는 세 국가 가운데 가장 마지막 순번이다. KBO 관계자는 "이 훈련이 모두 끝난 뒤에 한일전 선발이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대표팀 주장 구자욱(삼성)은 도쿄에 도착한 뒤 "이기러 왔다. 일본을 상대로 '빠른 야구'를 하겠다"고 했다. 컨디션이 최상인 투수 구창모(NC)도 "한일전은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떻게든 이기겠다"고 했다. 벌써부터 전의에 불타는 한국과 일본. 과연 '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