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지현우(32)가 50부작의 무게를 내려놓았다. 지난 6개월 동안 MBC 주말극 '도둑놈, 도둑님'에만 열을 쏟았던 그는 그간 못 본 TV를 몰아보며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올해로 데뷔 15년 차를 맞은 지현우는 "요즘 시간이 정말 빨리 가는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오랜만에 찾아온 여유 속 지나간 20대를 되돌아보며 남은 30대의 한 단계 더 높은 도약을 위한 준비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30대가 되니 걱정이 많아지고 조심스러워하는 것들이 더 많아졌다면서 고민을 토로했다. 배우와 기자가 진짜 소통을 하는 듯한 느낌의 인터뷰였다. 어떤 작품을 했으면 좋겠냐고 물으며 진지한 고민에 빠졌다. 요즘 유행 트렌드나 드라마에 대한 분석도 곁들어졌다. 질문을 던지고 답하고를 반복했다. 소탈한 매력이 진가를 발했다. 보면 볼수록 인간미 넘치는 지현우의 매력이 물씬 풍긴 순간이었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고(故) 신해철 3주기 콘서트 무대에 서더라. "큰 비중을 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 2곡 정도만 참여하는 것이다. 공연 준비하면서 해철이 형 노래를 들으니 어렸을 때는 그냥 따라불렀던 노래 가사들을 곱씹게 되더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을 가사로 많이 썼다는 걸 느꼈다. 철학적인 가사도 많았다.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했구나 싶더라. 다시 보게 됐다."
-친형인 넥스트 지현수와는 살갑게 잘 지내나. "연기하면서 형 생각도 많이 하는데 자매들과 달리 형 제들은 나이가 들수록 대화가 많아지진 않는 것 같다. 어렸을 때는 같이 놀고, 같이 다니고 그러다가 나이가 들면서 거의 단답형으로 바뀌었다."
-연말 시상식에서 베스트 커플상을 노려볼 만한 것 같다. "잘 모르겠다. 베스트 커플상은 '올드미스 다이어리' 때 받고 안 받아봤다. 12년 전에 받았는데 그 이후로는 없었다. 상도 다 타이밍이 있는 것 같다."
-데뷔 15년 차가 됐더라. 가장 힘들었던 적은 언제였나. "'앵그리맘' 할 때도 힘들었고 이번에도 힘들었다. 퀄리티적인 부분에 욕심이 생기는데 시간은 부족하고, 욕심에 부합하는 작품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은 더 커진다. 일단 배우는 대본이 수정에 들어가면 힘들어진다. 준비하는 시간이 줄어들어 좋은 연기를 펼치지 쉽지 않다. 감독님들도 편집할 시간이 없어지기에 작품성이 떨어지게 된다."
-다음엔 어떤 연기를 해보고 싶나. "지금 같아선 '메리대구공방전' 같은 작품을 해보고 싶다. 지금 청춘들이 너무 힘들지 않나. 밝고 재밌지만 주인공들이 하는 말이 의미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배우로서 약간 뿌듯해지지 않나 생각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시청자들이 힘을 내고 청춘들이 힘을 냈으면 좋겠다. 시대를 너무 앞서갔다. 지금 나왔으면 더 많은 사랑을 받았을 것 같다."
-'국민 연하남'이란 수식어로 사랑받았다. 새롭게 탐내는 수식어가 있다면. "팬들한테 항상 얘기하는 게 마음의 온도를 유지시켜줄 수 있는 배우가 되겠다는 것이다.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드라마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울컥울컥하고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할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런 것들을 유지시켜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