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 초대 우승팀이 결정되는 경기에서 일본에게 0-7로 패했다. 상대 선발투수 다구치 가즈토를 공략하지 못했고 불펜진이 5회에만 3실점 하며 기선을 내줬다. 추가 득점은 실패했고 실점만 했다.
비록 패했지만 값진 경험을 얻었다. 특히 불펜투수들이 그랬다. 선동열 감독은 승리에 집착하는 불펜 운용을 하지 않았다. 선발투수 박세웅에 이어 내세운 구원투수들의 면모를 통해 알 수 있다. 경기 전 "투수 전원을 내세우겠다"던 말을 지키려는 듯 보였다.
0-1로 뒤진 4회 무사 1·3루에서 심재민을 내세웠다. 그가 볼넷 2개를 내주며 흔들리자 우완 김명신을 올렸다. 한국은 1, 2회 실점 위기를 어렵게 넘겼다. 3회 삼진 3개를 잡아내며 기세를 올린 박세웅은 변수에 흔들렸다. 추가 실점을 하면 기세를 완전히 내줄 수 있었다. 필승조의 조기 투입이 순리였다.
하지만 선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등판하지 못했던 투수들을 선택했다. 남은 공격 기회가 적지 않았고 이 상황을 넘기면 필승조 투수들이 적합한 타이밍에 나설 수 있었다. 구색도 맞다. 함덕주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어지는 좌타 라인을 상대하기 위해 좌투수 심재민을 올렸고, 그가 흔들리자 구위로 삼진을 잡을 수 있는 김명신이 나섰다. 이번 대회에서 유독 많이 거론되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도모했다.
김윤동의 재신임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는 개막전에서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4-3으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랐지만 볼넷 2개와 안타를 허용하며 만루에 몰린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함덕주가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며 실점을 했다.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간 공이 볼로 판정된 뒤 급격하게 제구가 흔들렸다.
소속팀 KIA와 대표팀 불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할 투수다. 선수도 만회 의지를 드러냈다. 선 감독은 기회를 줬다. 5회 김명신이 연속 안타를 맞고 흔들리자 김윤동을 올렸다. 4번 타자 야마카와 호타카를 삼진 처리하며 다른 결과를 기대하게 했다. 하지만 이후 볼넷과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추가 2실점을 했다. 점수 차가 4점으로 벌어졌다. 김윤동도 다시 고개를 떨어뜨렸다.
개막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맞은 이민호와 두 번째 투수 역할을 하지 못한 구창모의 투입도 멀리 내다본 결정으로 볼 수 있다. 선발 후보에서 밀린 김대현도 6회 투입했다. 이민호는 솔로 홈런을 내줬지만 구창모는 세 타자를 깔끔하게 막아냈다. 김대현은 피안타 3개, 볼넷 2개를 허용하며 2실점했다.
선동열 감독은 와일드카드를 선발하지 않았다. 젊은 선수가 1명이라도 더 나서 한 타석, 1구를 소화할 수 있게 유도했다. 부진했던 선수에겐 만회할 기회를 줬다. 그렇다고 승부를 포기한 것도 아니다.
선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다른 나라 선수들의 기량을 직접 눈으로 보고 자신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결국 이 경험을 자산으로 만드는 건 선수의 몫이다. 특히 투수들은 선 감독이 강조한 '평소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심장을 가져야 한다. 볼카운트 싸움은 불리했고 볼넷도 많았다. 메달조차 걸려 있지 않은 대회에서 흔들렸다. 이제 남은 대회는 APBC보다 비중이 훨씬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