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점프 아니고, 한 3단 점프를 한 해죠." 2017년은 조현우(26·대구 FC)에게 특별한 해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친 것은 물론 태극마크를 달고 화려한 데뷔전까지 치렀다.
조현우는 지난 14일 한국 축구대표팀과 세르비아의 평가전(1-1 무) 전반 26분에 세르비아의 아뎀 랴이치(토리노)가 왼쪽 구석으로 찬 강력한 프리킥을 스파이더맨처럼 뛰어올라 주먹으로 쳐 내는 그림 같은 선방을 선보였다. 이 슈퍼 세이브 한 방으로 조현우라는 이름 석 자를 축구팬들에게 확실히 알렸다. 조현우는 "사실 경기장으로 출발하기 직전, 숙소에서 베스트11이 발표되기 전까지만 해도 내가 경기에 나설 줄 상상도 못 했다"면서도 "생각지도 못한 꿈을 이루게 돼 더 높은 목표가 생겼다"고 말했다.
조현우는 K리그 축구팬들 사이에선 이미 '거미손'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2013년 대구(당시 클래식)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문한 그는 그해 팀이 챌린지(2부 리그)로 강등되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챌린지 무대는 조현우에게 기회가 됐다. 그는 2015·2016년 연속 2부 리그 베스트 골키퍼로 선정되며 올 시즌 다시 팀의 클래식 승격을 이끌었다. 4년 만에 1부리그에 복귀한 그는 펄펄 날았다. 타고난 반사신경과 긴 팔다리를 이용해 세트피스, 공격수와 순간적인 1 대 1 상황에서 탁월한 선방 능력을 과시했다. 조현우는 37라운드까지 클래식 골키퍼 중에서 선방 1위(104회)를 기록 중이다.
뛰어난 성적 뒤엔 피나는 노력이 있다. 2014년 양쪽 무릎 연골 제거 수술 당시 조현우는 강도 높은 재활로 동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축구가 빨리 하고 싶은데,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았다"며 "웨이트트레이닝을 5~6개월간 매일 오전·오후·저녁 3차례씩 최소 1시간씩 했다. 주변에서 독하다고 하더라"고 털어놨다.
조현우는 힘든 순간 가족을 떠올리며 이겨 낸다. 작년 12월에 결혼한 이희영(29)씨 사이에 딸 하린(1)이를 두고 있다. 조현우는 "경기장에 들어서면 항상 우리팀 벤치 뒤편에 앉아 있는 아내와 딸부터 찾는다"면서 "두 사람이 지켜보고 있으면 없던 힘도 생긴다"고 말했다.
별명은 스페인 축구대표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의 주전 수문장인 다비드 데 헤아에서 딴 '대구 데 헤아'다. 조현우(189cm·75g)는 신체 조건부터 모히칸 스타일의 갈색 헤어스타일까지, 데 헤아(192cm·75kg)와 판박이다. "대학(선문대) 시절부터 친구들이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이 비슷하다고 해서 '데 헤아'로 불렀는데, 프로에서도 팬들이 똑같이 부르시더라."
대표팀에서 그는 줄곧 '넘버3'였다. 2015년 11월 처음 대표팀에 발탁됐지만 김승규·김진현 등에 밀려 3선발 자원으로 분류됐다. 그랬던 그는 이번 세르비아전을 앞두고 대표팀 주전 골키퍼인 김승규(비셀 고베)가 발목 부상으로 빠지자 '깜짝 기회'를 잡았다. 조현우는 "연습할 때 골을 먹어도 분해서 잠을 잘 못 잘 만큼 승부욕이 강하다"며 "내년엔 한 단계 더 올라서겠다. 소속팀에서 잘하면 월드컵 넘버원 수문장도 꿈만은 아닐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