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품 기업으로 잘 알려진 애경산업이 최근 급성장을 이룬 화장품 사업을 앞세워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화장품이 'K뷰티'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어 기업 가치를 최대 1조원까지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애경산업은 지난 23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주권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접수했다. 이로써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들어간 애경산업은 이르면 내년 코스피 시장에 상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경은 애경그룹 지주회사인 AK홀딩스의 자회사로서 치약과 세제 같은 생활용품을 주로 제조하고 생산해 왔다. '2080 치약'과 '케라시스 샴푸' '스파크' 등 독보적인 브랜드를 론칭해 LG생활건강에 이어 업계 톱3 안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옥시와 유니레버 등 글로벌 기업이 국내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이 심화됐고, 가격 경쟁력이 생명인 생활용품의 특성상 수익성 정체에 시달렸다.
애경산업의 꽉 막힌 숨통을 틔워 준 건 화장품 사업이었다. 애경산업은 그동안 생활용품과 함께 화장품도 꾸준하게 생산해 왔지만 유통망을 확보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2000년대에는 로드숍 열풍이 불면서, 애경 화장품이 설 자리가 더욱 줄어들었다.
고심하던 애경산업은 2013년 홈쇼핑에 진출해 판로를 개척했다. 특히 중견 배우 견미리를 앞세운 '에이지투웨니스(AGE 20's)'는 애경에 제2의 도약을 안긴 브랜드였다. 에이지투웨니스의 대표 상품인 '에센스 커버팩트'는 2013년 9월 홈쇼핑 론칭 이후 홈쇼핑 뷰티 부문 1등 제품에 올라서면서 백화점과 면세점까지 입점하는 데 성공했다.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에이지투웨니스는 40~50대 주부는 물론 20~30대 젊은층에서도 각광을 받으면서 지난 9월 론칭 4년 10개월 만에 누적 매출 3000억원대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델로 나선 견미리와 그의 딸 이유비가 '모녀 팩트'로 홍보를 하면서 로드숍에 익숙한 10대에도 브랜드명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애경은 아모레·LG생활건강 등과 함께 자체 공장을 가진 몇 안 되는 기업이다. 자체 화장품 기술이 뛰어나다"며 "제품의 질과 고객의 평가가 중요한 홈쇼핑 업계에서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매출도 뛰어올랐다. 애경산업은 2014년 사상 첫 4000억원 매출 시대를 열었고, 이듬해에는 총 매출 4594억원, 영업이익 261억원을 기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애경산업은 2016년 매출은 5068억원, 영업이익은 400억원으로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329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순이익 규모를 이미 뛰어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애경산업이 상장을 순조롭게 이뤄 내면 애경유화와 AK홀딩스, 제주항공에 이어 그룹 내 네 번째 상장사가 된다. 애경산업 측은 상장으로 조달된 자금으로 해외 진출 확대와 신사업 제품 연구 개발 등에 투자해 새로운 발전 동력을 확보해 나갈 방침이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과거 애경산업은 치약과 샴푸 등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화장품은 이제 애경산업에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며 "애경산업이 화장품 사업을 앞세워 역동적인 기업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