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기업 삼성이 기부금을 대폭 줄였다. 지난해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관여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에 기부금을 출연했다가 어려움에 빠지자 아예 지갑을 닫은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을 포함한 국내 500대 기업 역시 실적 호전에도 불구하고 기부금을 13% 가까이 줄이며 '나눔'에 소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는 29일 국내 매출 기준 상위 500대 기업 중 분기보고서를 제출하고 기부금 내용을 공시한 257곳의 올해 1~3분기 기부금 현황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기부금 집행 규모는 총 978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1299억원보다 13.4%(1511억원)나 줄었다. 같은 기간 국내 500대 기업의 영업이익이 38.1%나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기부금을 내는 데 상당히 인색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삼성과 계열사들이 가장 많이 기부를 줄였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누적 기부금 규모가 170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25억원(39.8%)이나 줄였다. 삼성생명도 기부금 감축 규모가 246억원에 달했고, 삼성물산도 100억원 이상씩 깎았다.
감소율 면에서는 STX조선해양과 다우데이타가 100% 전액 삭감해 가장 높았다. 이 밖에도 애경유화 99.7%, 삼성생명·삼성SDS 98.3%, 서울도시가스 98.0%, 금호타이어 97.2% 등 11곳이 90% 이상 줄였다.
예년보다 기부금을 늘린 곳은 257곳 중 124곳(48.2%)에 그쳤다. 증가액이 100억원을 넘는 곳은 호텔롯데(162억원, 160.2%) KT(109억원, 32.2%) 대한유화(101억원, 신규) 등 3곳이었다. 롯데칠성음료(81억원, 223.3%) KCC(61억원, 689.5%), 한국전력공사(58억원, 45.5%) 한미약품(44억원, 2074.4%) 네이버(41억원, 25.5%)도 큰 폭으로 늘렸다.
그러나 기부금 총액은 삼성전자가 부동의 1위였다. 삼성전자가 올해 집행한 기부금은 1705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가까이 줄었지만 2위인 SK텔레콤(579억원)의 3배에 달했다. 3위는 KT(448억원)가 차지했고, 현대차(295억원) 호텔롯데(263억원) SK하이닉스(242억원) 포스코(227억원) 한국수력원자력(220억원) 우리은행(218억원) 국민은행(213억원) 네이버(204억원)도 200억원 이상씩 집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