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서 강릉역까지 이제 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게 된다. 경강선 KTX(총길이 284㎞)가 12월 22일 개통하기 때문이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을 앞두고 개통하는 경강선 KTX는 서울역이나 청량리역에서 출발한다. 기존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무궁화열차를 이용할 경우 6시간 이상, 승용차는 3시간 이상 걸리던 것이 대폭 줄어드는 것이다. 경강선 KTX를 타면 숨이 막힐 듯한 빌딩으로 뒤덮인 서울에서 벗어나 단박에 푸른 동해 바다를 만날 수 있게 된다.
#서울서 2시간이면 강릉 도착
경강선 KTX는 서울역과 청량리역에서 주 중 각각 하루 10차례와 8차례 출발한다. 주말에는 서울역은 그대로지만 청량리역 출발 편은 배로 늘어난 16회다. 지하철 7호선과 경춘선을 환승할 수 있는 상봉역에도 주 중 9회, 주말 13회를 정차한다. 강릉발 서울행 열차 횟수도 주 중 18회, 주말 26회다. 요금은 서울~강릉 2만7600원, 청량리~강릉은 2만6000원이다.
지난주 개통을 앞두고 시험 운행 중인 경강선 KTX를 직접 타 봤다.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는 용산역을 거쳐 이수~옥수~청량리로 이어지는 기존 경원선 전철 구간에서는 천천히 달렸다. 워낙 이 노선을 다니는 열차가 많아서 제 속도를 못 낸다고 한다. 천천히 서쪽에서 동쪽으로 달리면서 만나는 한강 변의 경치가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청량리와 상봉을 지나자 열차는 양평과 만종으로 곧장 내달렸다. 여기도 기존 중앙선 철로 87㎞를 이용하는 바람에 시속 200㎞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예전의 전동차나 무궁화열차에 비하면 비행기 같은 수준의 속도였다. 게다가 양평까지는 북한강 변을 따라 하남, 미사리의 한강 변 풍경이 시원스레 펼쳐져 '느림의 미학'을 느낄 수 있었다.
경강선 KTX를 위해 건설한 서원주를 지나자 열차는 '물 만난 고기'처럼 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금세 최고 속도인 250㎞까지 치고 나갔다. 만종, 횡성, 둔내, 평창, 진부역이 쏜살같이 사라졌다. 국내에서 가장 긴 약 21㎞에 이르는 대관령 터널을 통과하자 종착역인 강릉역이 나타났다. "차를 몰고 서너 시간은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강릉에 2시간 만에 도착하다니…."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듯했다.
◇이용 정보= 12월 22일로 개통일이 확정됨에 따라 코레일 측은 30일부터 예매를 시작한다. 평창겨울올림픽 기간에 이용할 승차권도 이날부터 예매가 가능하다. KTX를 타고 진부나 평창, 강릉 등 올림픽 개최 경기장 인근 역에 내려서 경기장 입장권을 보여 주면 지자체와 올림픽조직위원회가 운영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진부역에서 알펜시아나 용평리조트까지는 최대 25분 정도 걸린다. 배차 간격은 5~10분이다. 또 횡성, 평창, 진부, 강릉역에는 코레일이 운영하는 딜카가 있다. 시간제 차량 대여 서비스로 코레일톡으로 예약이 가능하다.
#바다열차에서 만난 동해안의 비경
강릉역에 내려서 정동진으로 향했다. 정동진은 볼거리, 놀 거리 등이 많은 강릉 여행의 1번지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닷바람이 정동진역에 들이쳤다. 그래도 사람들은 코트 깃을 세우고 '고현정 소나무' 앞에서 '증명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정동진역으로 향한 것은 바다열차를 타기 위해서다. 바다열차는 원래 강릉역과 삼척역을 오갔다. 하지만 강릉역이 경강선 KTX 역사 공사를 하는 바람에 지금은 정동진~삼척 구간만을 운행한다.
바다열차는 4칸으로 짧지만 각 칸마다 특색을 갖고 있었다. 1호 차와 2호 차는 각각 30석과 36석의 특실과 2명이 들어갈 수 있는 프러포즈룸이 3개 있다. 3호 차는 6개의 가족석과 각종 이벤트를 즐길 수 있으며, 4호 차는 42석의 일반석과 포토존 형태로 꾸며져 있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부터 젊은 연인들, 어르신들까지 누구나 좋아하다 보니 매년 이용객 수가 급증해 지금은 한 해 70만 명 가까이 이용하고 있다.
정동진역을 출발한 기차는 삼척 쪽이 아니라 강릉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강릉역까지는 가지 않지만 10분여 거리의 안인역까지 펼쳐진, 동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구경하기 위해서란다.
기차가 출발하자 안내 방송이 나왔다. 승무원이 디제이를 맡아 퀴즈를 내고 승객의 사연도 전해 주고 신청곡도 들려줬다. 해안선을 따라 연이어 동해안의 비경이 나타났다. 큼지막한 파도가 바위를 부술 듯이 때렸다. 바위가 막아서지 않았다면 마치 열차를 덮칠 듯했다. '아, 이런 경치와 재미 때문에 바다열차를 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열차가 달리는 구간 중 방해물 없이 바다와 딱 붙어 달리는 곳은 안인해변~정동진역 구간과 옥계역~망상해변, 묵호역~동해역 구간으로 모두 20분 정도 된다. 이외에도 추암역의 촛대바위, 묵호역의 묵호등대 등도 볼거리다.
◇이용 정보= 바다열차는 주 중에는 정동진역에서 오전 10시30분에 첫 차가 출발한다. 주말에는 해가 뜰 무렵인 오전 7시10분이 첫 차다. 삼척까지 편도 1시간20분, 왕복 약 3시간이 걸린다. 주 중 2회, 주말 3회를 운행한다. 가격은 일반실 1만3000원, 특실 1만6000원, 가족석(4인)과 프러포즈룸(2인)은 각각 5만원이다. 정동진역 인근에는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이 있다. 해안 절벽을 따라 걷는 길인데 2300만 년 전의 동해안 지각변동을 관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해안단구 탐방길이다. 편도는 약 2.9㎞로 한 시간쯤 걸린다. 하룻밤을 자고 갈 경우엔 '오죽한옥마을'을 추천한다. 강릉시가 만든 한옥 숙소인데 비수기에는 주 중 5만원부터 이용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