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세르비아와 평가전을 마친 뒤 한국 축구대표팀 '캡틴' 기성용(28·스완지 시티)이 남긴 말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앞둔 한국의 위치를 냉정하게 파악한 말이기도 하다.
한국은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로 월드컵 9회 연속 본선행이라는 값진 기록을 세웠다. 어렵게 본선 무대에 올랐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월드컵 본선 진출 32개국 중 한국(59위)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낮은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63위)와 개최국 러시아(65위) 뿐이다. 11월 A매치 2연전에서 콜롬비아와 세르비아를 상대로 1승1무를 기록한 덕분에 지난 달보다 랭킹은 3계단 상승했지만 여전히 최약체에 속한다.
FIFA랭킹이 절대적인 지표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본선에 진출한 모든 나라가 보기에 한국은 상대적으로 '만만한' 팀이다. 냉정하게 보자면 한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다른 팀들의 '1승 제물'로 손꼽힐 가능성이 높다. 당장 2일(한국시간) 열리는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조 추첨에서도 랭킹 최하위 팀들이 속한 포트4에 포함됐다. 험난한 일정이 예상된다. '최상의 조'를 기대하기보다, '최악의 조'를 피하는 것이 더 낫다는 평가도 있다.
알려진 것 처럼 FIFA는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조 추첨 방식을 기존의 '대륙별 포트 분배' 방식에서 'FIFA 랭킹 방식'으로 바꿨다. 기준은 지난 10월 FIFA 랭킹이다. 지난달 62위였던 한국은 한국은 세르비아(38위) 나이지리아(41위) 호주(43위) 일본(44위) 모로코(48위) 파나마(49위) 사우디아라비아(63위)와 함께 4번 포트에 배정됐다. 포트4 팀들끼리는 서로 같은 조가 될 수 없다. 한국은 무조건 우리보다 랭킹이 높은 팀들과 한 조에 묶이게 되는 셈이다. 10월 유럽 원정 2연전 때 완패를 당한 아픈 기억이 있긴 하지만, 그나마 한국보다 랭킹이 낮은 러시아가 개최국 자격으로 톱시드에 해당하는 포트1에 들어가 있다는 게 실낱같은 희망이다.
운 좋게 러시아와 한 조가 된다 해도 한국은 험난한 가시밭길을 헤쳐나가야 한다. 어느 조에 들어가더라도 한국은 안심할 수 없는 입장이다. 조 1, 2위만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만큼, 일반적으로 조별리그에서 1승1무1패 이상을 거둬야 토너먼트에 오를 가능성이 생긴다. 어떻게 해서라도 1승을 챙겨야하는 한국으로선 이번 조추첨 단계에서 '죽음의 조'를 피하는 게 지상과제일 수밖에 없다. 신태용(47) 감독 역시 "월드컵에서 우리보다 못한 팀은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조에 뽑히든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조 추첨 행사는 2일 자정(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신태용 감독과 김남일(40) 코치가 조 추첨식을 지켜보기 위해 지난 29일 모스크바로 출국했다. 박지성(36) 대한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도 FIFA의 초청을 받아 조 추첨 행사에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