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납품업체만 바꾸고 책임은 나몰라라?
일명 '햄버거병'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맥도날드가 책임 회피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4일 맥도날드의 햄버거 패티 납품업체 맥키코리아의 송모(57) 경영이사와 회사 공장장, 품질관리팀장 등 3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지난달 30일 맥키코리아가 위생 점검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고 패티를 유통했다는 혐의로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번 수사는 지난 7월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에 걸렸다고 주장하는 피해자가 맥도날드 한국지사를 식품안전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데 따른 것이다.
검찰의 수사 방향이 맥키코리아를 향한 가운데 맥도날드 측은 이번 사태에서 발을 빼려고 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나온 후 하루 뒤인 12월 1일 입장을 내고 "맥키코리아로부터 공급을 잠정 중단한다"며 "엄격한 품질 및 식품 안전 검사를 통과한 신규 업체로 전환 절차에 나선다"고 밝혔다.
사실상 햄버거병 사태에 대한 책임을 납품업체에 떠넘기는 모양새다.
지금까지 맥도날드는 햄버거병 사태에 대한 사과를 한 적이 없다.
지난 9월 조주연 맥도날드 대표가 "최근 몇 달 동안 저희 매장에서 발생한 사안으로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고 했지만 햄버거병에 대해 직접 사과를 하지 않았다.
당시 맥도날드는 햄버거병 이외에도 불고기버거 집단 장염 사태와 한국소비자원의 햄버거 위생 조사에서 식중독균인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맥도날드 측도 "최근 일련의 사태들에 대한 입장을 낸 것이고 햄버거병에 대한 사과는 아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지난 1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했을 때도 햄버거병 발병과 관련한 여야 의원들의 사과 요구에 즉답을 피했다.
조 대표는 햄버거병과 관련해 "의학적 인과관계에서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관련법에 따르면 회수 및 처리의 책임은 패티를 공급하는 업체인 맥키코리아에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맥도날드가 새로운 패티 공급업체로 선정한 곳이 사실상 맥키코리아와 같은 회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맥도날드는 맥키코리아를 대신해 햄버거 패티 납품업체로 호주의 육류 가공업체인 AFC를 선정했다. AFC와 맥키코리아의 모회사는 글로벌 식품회사인 키스톤 푸드로 똑같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모회사만 같지 엄연히 법인이 다른 회사"라며 "급하게 새로운 납품업체를 선정한 것이 아니다. 예비 공급업체를 항상 준비하고 있으며 자체적인 안전성 검증에 따라 새로운 납품업체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조은애 기자 cho.eunae@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