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맞은 K리그 챌린지(2부리그)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보다 젊은, 스타 출신 감독들이 챌린지 무대에서 다음 시즌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서울이랜드FC 2017시즌을 마무리한 챌린지 10개 구단 중 사령탑 변화 없이 다음 시즌을 맞이하는 건 안산 그리너스와 부천 FC, 2개 팀 뿐이다. 그 말은 즉 이흥실(56) 안산 감독과 정갑석(48) 부천 감독을 제외한 8개 구단 감독들의 얼굴이 모두 바뀐다는 뜻이다.
변화의 첫 발을 뗀 건 수원 FC였다. 수원 FC는 지난 10월 조덕제(52)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공석이었던 감독직에 '폭주기관차' 김대의(43) 감독을 앉혔다. 김 감독은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성남 일화(현 성남 FC)와 수원 삼성에서 뛰며 308경기 51골 41도움을 기록한 왕년의 K리그 스타였다. 선수 시절 들어올린 우승컵만 5개였고 2002년에는 쟁쟁한 스타 선수들을 제치고 MVP를 받기도 했다. 은퇴 후 수원 유스팀인 매탄고 감독을 맡긴 했지만, 지도자 경험이 풍부하다고 하긴 어렵다. 그러나 수원 FC는 고심 끝에 김 감독에게 중책을 맡겼고, 기대에 부응하듯 김 감독은 부임 이후 치른 챌린지 잔여 2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가능성을 증명했다.
수원 FC에 이어 FC 안양도 '적토마' 고정운(51)을 신임 감독에 선임했다. 고 감독은 1994년 미국월드컵을 비롯해 A매치 77경기 10골을 기록하며 국가대표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던 대표적인 스타 선수다. 김 감독과 마찬가지로 지도자 경험이 적고, 프로팀 감독은 처음인 만큼 고 감독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그러나 프로 무대에서 사령탑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고 감독의 각오는 굳건했다. 고 감독은 "늘 그라운드가 목말랐다. 매주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를 해설을 하며 현장을 지켜봤다. 또한 현장을 돌아오기 위해 AFC P 라이센스를 따며 많은 준비를 했다"며 안양을 이끌고 결과를 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대의, 고정운으로 시작된 챌린지의 '젊은 바람'은 대전 시티즌과 아산 무궁화로 이어졌다. 김호(73) 대표이사 선임을 시작으로 변화를 예고한 대전은 이영익(51) 전 감독과 결별한 뒤 비어있던 사령탑 자리에 '앙팡 테리블' 고종수(39) 전 수원 코치를 데려왔다. 1990년대 프로축구 인기몰이에 힘을 보탰던 고종수의 대전 감독 선임은 비시즌 최고의 화제로 떠올랐다. 그리고 고 신임 감독 취임의 여파가 가지기도 전에 곧바로 박동혁(38) 전 울산 코치가 아산 무궁화 감독으로 선임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박 감독 역시 프로팀 지휘를 맡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만 38세의 나이로 사령탑에 올라 K리그 역대 최연소 감독 타이틀도 함께 기록하게 됐다.
왕년의 스타들이 줄줄이 감독으로 부임한데 이어 5일에는 서울 이랜드 FC가 김병수(47) 전 감독의 후임으로 인창수(45) 감독을 선임했다. 앞서 발표한 스타 출신 감독들과 달리 선수 경력은 짧지만 아르헨티나와 한국에서 지도자 경험을 쌓았고 K3 포천시민축구단을 거쳐 서울 이랜드에서 코치 생활을 했다. 이랜드는 팀을 잘 알고 있는 인 코치에게 감독을 맡긴 것이다.
이처럼 챌린지에서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감독들의 나이대가 예전에 비해 한층 젊어졌다는 점이다. 풍부한 지도자 경험이나 베테랑의 관록 대신 젊은 지도자들의 패기와 활력을 앞세운 셈이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고종수, 고정운 등 스타 선수들이 감독을 맡은 덕분에 팬들의 관심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풍부한 경험으로도 헤쳐나가기 어려운 자리가 챌린지 사령탑이다. 성적 부담을 어떻게 이겨낼 지가 관건"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한편 아직 사령탑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있는 광주 FC와 성남 FC 그리고 이승엽(42) 대행 체제로 승강 플레이오프와 FA컵을 치른 부산 아이파크도 감독 선임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