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편 도합 400억원 대작 영화 '신과함께(김용화 감독)'가 몇 개월 전부터 개봉일을 12월 20일로 못 박아 두고 전투적인 홍보 태세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홍보의 방향이 애초 '신과함께' 측이 원했던 분위기였는지는 애매모호하다.
'신과함께'는 저승에 온 망자가 그를 안내하는 저승 삼차사와 함께 49일 동안 7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준비 기간 5년, 촬영 기간 10개월 등 장장 6년의 시간을 쏟아부은 대작이다.
당초 여름 시장 개봉을 염두에 뒀던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보다 더 완벽한 영화를 관객들에게 선보이겠다는 일념으로 여름 시장과 조급함을 모두 버렸다. 대신 '청년경찰(김주환 감독)'을 여름 시장에 오픈하면서 예상 밖의 흥행 성과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
그 분위기를 '신과함께'로 고스란히 잇겠다는 포부다. 12월 대전에서 맞붙게 되는 NEW '강철비(양우석 감독)'와 CJ엔터테인먼트 '1987(장준환 감독)'이 개봉 시기를 놓고 마지막까지 고심한 것과 달리 개봉일을 일찌감치 정했기 때문에 홍보 포인트를 잡을 시간 역시 타 영화들에 비해 충분했다.
하지만 내놓는 사전 자료마다 예비 관객들의 기대치는 점점 하락하고 있다. 기대는 실망으로까지 번져 아쉬움을 자아낸다. 포스터, 티저 예고편, 메인 예고편까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더니 결국 영화 소스보다 배우들의 단체 화보 화제성이 더 높았다.
원작에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의 실종, 캐릭터 설정 변경, 보고도 믿기 힘든 난해한 CG 등 눈 높아진 관객들에게 거슬리는 지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영화를 직접 관람하면 '신과함께'가 펼쳐 낸 신세계에 푹 빠져들게 될 것이다"는 말만 개봉 때까지 믿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하정우 차태현 주지훈 김향기 등으로 이어지는 주연 라인업도 '우정 출연'에 이름을 올린 이정재에 모든 시선을 빼앗겼다. 짧게 등장하기 때문에 임팩트가 강해 더 눈에 띄는 것일 수도 있지만 '신과함께' 관련 자료가 공개될 때마다 이정재 얼굴이 포털 사이트 중심에 대문짝만하게 걸려 있는 것을 여러 번 목격할 수 있었다.
이 또한 철저한 마케팅에 의한 것일 수 있지만 "내가 염라다!"라고 외친 이정재의 한 컷은 비주얼부터 연기 톤까지 '신과함께'를 순식간에 B급 '병맛' 분위기로 전락시키기 충분하다. '신과함께' 입장에서야 영화를 홍보하고 관객들의 관심을 이끌기 위해서는 누구든 주목받으면 좋겠지만, 뒤따르는 반응은 당황스러움 섞인 희롱과 조롱에 가깝다.
이정재는 "애초 다른 역할의 우정출연을 제안 받았다가 염라대왕을 맡게 되면서 우정출연임에도 불구하고 30회 촬영에 공식 홍보일정까지 함께 소화하게 됐다"고 밝혔다. "우리 우정이 이정도까지였나"라고 생각했다지만 이정재 스스로가 원하지 않았으면, 영화가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이 없었다면 보이기 힘든 행보다.
어쩌다 보니 '1987'과 겹치기 출연을 하게 된 하정우는 '신과함께' 홍보에 더 비중을 둘 모양새다. 언론 매체 인터뷰도 공식적으로는 '신과함께' 팀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정재의 우정이 득이 될지 독이 될지, 한솥밥 배우들의 몰락일지 더 큰 우정을 다지는 계기가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영화를 기다리는 관객들의 반응은 극과 극이다. 물론 싸늘한 시선 중 '의외로 터질 것 같다' '안 될 것 같다고 하니까 더 더 흥행했으면 좋겠다' '원작을 안 본 관객들에게는 그냥 오락 영화로 재미있게 다가올 것 같다' '비싼 병맛 영화 될 듯. 흥행은 가뿐하게' '올해 오락 영화가 흥했으니 '신과함께'가 뒤를 잇지 않을까' '장르물이 터져줘야지'라는 희망적 분석도 많다.
한 관계자는 "'신과함께'가 잘돼야 한국 영화계가 산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제작비도 제작비지만 전례없는 장르물에 1·2편 동시 촬영 역시 한국 영화 최초의 도전이다"며 "사전 기대치가 높아도 영화가 별로일 수 있고, 기대치가 낮지만 흥행에 성공하는 영화들이 많지 않나. 올해는 특히 더 반전 흥행을 일군 작품이 많았던 만큼 '신과함께'도 사전 분위기로 흥행까지 단정 짓기는 힘들 것 같다"고 내다봤다.